[매거진M] 다양성 외화 시장 신흥 강자 ④ 찬란 이지혜 대표 - 인생을 바꿔 줄 한순간의 반짝임 관객에 선사하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2016.06.24 00:01

업데이트 2016.11.09 10:27

지난 5월 열린 제69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거장들의 작품이 유독 많았다. 그중 개막작 ‘카페 소사이어티’(우디 앨런 감독)와 감독상을 받은 ‘퍼스널 쇼퍼’(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각본상·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세일즈맨’(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영화 수입사 찬란에서 일찌감치 점찍어 구매해 둔 작품이라는 것. 세 작품에 쏟아진 찬사는 이 영화사의 남다른 안목을 짐작하게 한다. 영화 잡지 ‘스크린’의 편집장에서 영화사 스폰지 하우스의 마케터를 거쳐 2010년 10월 찬란을 창립하고 운영해 온 이지혜(47) 대표를 만났다. 좋아하는 작품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의 눈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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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라희찬(STUDIO 706)]

-‘카페 소사이어티’ ‘퍼스널 쇼퍼’ ‘세일즈맨’ 모두 칸영화제가 열리기 전 선(先)구매했다고.
“‘카페 소사이어티’는 2월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미리 샀다. ‘미드나잇 인 파리’(2011)가 크게 흥행한 이후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를 사려는 수입사가 많아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 시놉시스 한 줄, 눈물 한 방울 뚝 흘리는 여자의 옆모습을 담은 포스터만 보고 구입을 결정했다. 프랑스 칸에서 영화를 보니 ‘삶이란 결국 눈물 한 방울 같은 것’이라 말하는, 정말 좋은 작품이었다. 내 감이 맞았다는 생각에 기뻤다. ‘퍼스널 쇼퍼’는 시나리오가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같았고, ‘세일즈맨’은 내가 워낙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을 좋아해 구매했다. 덕분에 칸에서 아주 행복했다(웃음).”

-그 외에도 올해 칸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쟁쟁한 영화 세편을 구매했다고 들었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신작 ‘프란츠’와 ‘트립 투 스페인’(마이클 윈터바텀 감독) ‘비거 스플래쉬’(루카 구아다니노 감독)다. 오종 감독의 작품은 ‘인 더 하우스’(2012)로 시작해 네 번째고, 윈터바텀 감독의 ‘트립 투’ 시리즈(2010~)도 모두 우리가 수입해 개봉했다. 구아다니노 감독의 경우 ‘아이 엠 러브’(2009)를 워낙 좋게 봤다.”

-유럽 아트영화 중심의 라인업인데.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라면.
“머리든 가슴이든, 나를 움직일 수 있는 영화. 감정적으로 울림을 줘도 좋고 새로운 형식으로 자극을 주는 것도 좋다. 직원들의 의견도 꼼꼼히 듣는다. 물론 마케팅 포인트도 생각한다. 그게 분명한 영화가 흥행 성적이 좋을 때가 많다.”

-최근 마케팅에 확신을 가지고 진행한 영화는 무엇인가.
“2014년 여름 개봉한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2013, 실뱅 쇼메 감독)이 그랬다. 만약 ‘아틸라 마르셀(Attila Marcel)’이란 원제를 그대로 사용했다면 절대 관객이 안 들었을 거다(웃음). 제목도 쉽게 풀었고, 포스터에 일러스트를 활용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요소를 부각했다. 부드럽게 포장한 덕에 관객 14만 명이 들었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였다. 마케팅 포인트를 잡기 힘들 걸 뻔히 알면서도 그저 내가 너무 좋아서 산 영화들도 있는데, 의외로 터질 때가 있다. 짐 자무쉬 감독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2013)가 그랬다(웃음).”

-공들였지만 흥행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도 있을 텐데.
“지난해 개봉한 ‘셀마’(2014, 에바 두버네이 감독)가 아쉽다. 쉬운 영화는 아니었지만 보편적인 울림을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의 인종 차별이란 낯선 역사, 낯선 배우가 관객에겐 어렵게 다가갔다. 사실 요즘엔 경쟁도 심한 데다 관객 성향도 예측하기 힘들어 영화 개봉할 때마다 다시 공부하는 느낌이다.”

-영화 수입업계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걸 체감한 건 언제부터인가.
“2012년 이후 IPTV 등으로 부가 판권 시장이 재편되며 콘텐트 수요가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라 많은 이가 뛰어들었고, 수입 편수가 확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져 개봉 비용도 상승하고 편당 수익률도 떨어졌다. 또 요즘 관객들은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개봉한 지 이틀도 안 돼 관객 평이 나온다. 참 어려운 시장이 됐다.”

-그래도 ‘찬란’만의 길을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에는 5주년을 맞아 ‘찬란한 영화제’를 열기도 했다.
“자축하는 의미였다(웃음). 기자로 7년, 마케터로 7년을 보냈기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스폰지 하우스에 있을 때 행복했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 이누도 잇신 감독) 같은 영화를 소개했다는 자부심도 컸다. 그러나 회사가 어려워지며 이직해야 할 상황이 됐다. 그때 내 회사를 차려 보면 어떨까 싶었다. 혼자 겁 없이 시작했는데 첫 해부터 수익이 났다. 양보다 질에 우선하자는 마음은 늘 같다.”

-영화 수입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라면.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감각과 끈기가 필요하다. 생각보다 버티는 게 쉽지 않다. 이 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많은데 막상 일할 사람을 찾으면 없다. 한 번 도전한 이상,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끈기 있게 해 봤으면 좋겠다.”

-트렌드를 읽는 감각은 어떻게 유지하나.
“영화뿐 아니라 다른 콘텐트도 많이 즐겨야 한다. 얼마 전 ‘순응자’(1970,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를 20년 만에 다시 봤는데 너무 좋더라. 그래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신나서 그 얘기를 했다. 좋은 영화를 만나면 이렇게 흥분할 수 있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유지하는 것. 이 일을 하려면 참 중요하다.”

-찬란의 목표라면.
“인생이든 영화든 어느 한순간의 반짝임은 있게 마련이다. 사랑도 그런 순간에서 시작되고, 어떤 반짝임은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관객에게 그런 순간을 드리고 싶다는 의미에서 회사 이름을 ‘찬란’으로 지었다. 이름대로 가는 것, 언제나 그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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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스틸컷]

찬란 수입 대표작

2016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2015‘트립 투 이탈리아’

2014 ‘갈증’ ‘5일의 마중'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2013 ‘영 앤 뷰티풀’ ‘블링 링’ ‘테이크 쉘터’

2012 ‘폭풍의 언덕’

2011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

찬란 후반기 주요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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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비거 스플래쉬` 스틸컷]

비거 스플래쉬(A Bigger Splash)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 틸다 스윈튼, 랄프 파인즈, 다코타 존슨, 마티아스 쇼에나예츠 | 8월 초 탐정 스릴러 ‘수영장’(1969, 자크 드레이 감독)이 원작. 전설적인 록 스타 마리안(틸다 스윈튼)이 영화감독인 남편 폴(마티아스 쇼에나예츠)과 지중해에서 휴가를 즐긴다. 하지만 마리안의 옛 연인 해리(랄프 파인즈)가 나타나고, 이들의 만남은 점점 위험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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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카페 소사이어티` 스틸컷]

카페 소사이어티(Caf´e Society)

우디 앨런 감독 | 제시 아이젠버그, 크리스틴 스튜어트, 블레이크 라이블리 | 8월 말
1930년대 미국, 뉴욕 남자 바비(제시 아이젠버그)와 캘리포니아 여자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를 그린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훌륭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할리우드에 간 바비는 보니를 만나 애틋한 감정을 느끼지만, 둘은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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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다가오는 것들` 스틸컷]

다가오는 것들(L’avenir)

미아 한센 러브 감독 | 이자벨 위페르, 에디뜨 스꼽, 로만 코린카 | 9~10월경
프랑스 파리의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나탈리(이자벨 위페르)는 스스로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 여긴다. 그러나 남편이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떠나려 하자 나탈리의 삶은 크게 흔들린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으로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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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사진 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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