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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③ 내 자신을 펀드매니저로 만들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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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이자생활자가 사라졌다. 젊은층 사이에선 이자생활자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다. 전혀 경험해보지 않았고 이미 없어진 현상이라 모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예전에는 퇴직하면 은행에 목돈을 넣어두고 이자를 받아 생활하는 퇴직자가 많았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시중은행의 금리가 연 10%에 달했다. 1억원을 맡겨놓으면 세전 이자 1000만원이 돌아왔다. 25~26년 전 1000만원이면 화폐 가치가 지금으로 치면 2000만~3000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요즘 같은 초저금리에선 5억원을 맡겨둬야 1000만원을 얻을 수 있다. 무려 다섯 배 많은 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같이 초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재산 불리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반면 급속한 고령화로 소득 없이 지출해야 할 노후는 30년 안팎 늘어났다. 환갑을 쇠고도 오랫동안 인생을 지탱할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재산을 불릴 환경은 나빠지고 돈 쓸 기간이 늘어났으니 자칫 인생이 고달파질 수 있다는 건데, 섣불리 투자에 나서다간 쪽박을 차기 십상이다. 주식이 된다 싶으면 주식시장을 드나들다 돈을 날리고, 해외투자가 좋다는 얘길 듣고 무조건 돈을 맡겼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돈을 관리하는 능력을 스스로 갖춰야 한다. 두 가지 포인트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는 내 자신이 펀드매니저가 돼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재테크의 기본 상식을 알아둬야 한다는 점이다. 상식은 다 아는 것같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다 많다. 특히 돈의 세계에서는 상식이 부족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두 포인트는 동전의 앞뒤와 같다. 재테크 상식이 많아야 ‘셀프 펀드매니저’가 될 수 있고, 자기 돈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다보면 재테크 상식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내 자신이 펀드매니저가 돼야 하는 이유는 본인이 금융상품을 이해하지 못하면 깜깜이 투자가 될 수밖에 없어서다. 기업 경영에서도 사장이나 오너가 사업의 본질을 모르면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이나 같은 이치다. 식당을 해도 주방장에게만 의존하면 오래 갈 수 없다는 걸 안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미 수많은 한국인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묻지마 주식투자나 펀드투자로 낭패를 겪은 경우가 많다. 외환위기 때는 금융회사에 돈을 맡겼더니 대형은행이 문을 닫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저축은행이 도산해 돈을 날린 경우도 많다. 남들이 좋다는 얘기에 무조건 투자했다가 쪽박을 차거나 반토막이 난 해외주식도 부지기수다. 부자와는 거리가 먼 행동이다.

서울 강남의 큰 손들은 어떻게 할까. 이들은 재테크와 관련된 책이나 신문기사를 평소 꼼꼼히 챙긴다. 정부 정책이나 국제 금융시장 동향에도 훤하다. 이를 토대로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이나 증권사 웰쓰매니지먼트(WM)팀 담당 직원에게 자신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지시한다. 주식은 무얼 살지, 어떤 펀드에 돈을 넣을지, 채권을 무엇을 살지를 직접 판단한다는 얘기다. 금융회사 전문가의 금융지식을 능가하거나 적어도 금융회사 직원의 말을 알아듣는 수준의 지식을 갖췄기 때문이다. 더구나 투자 고수는 촉이 뛰어나다. 자신이 투자지식을 갖춘 데다 실전 경험이 많아 언제 무엇을 투자하고 언제 치고 빠져야 하는지 남다른 감각을 갖고 있다.

이런 내공은 하룻밤 사이에 얻어지는 게 아니고 늘 옳은 판단과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상담을 참고로 한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확보해 최적의 투자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다. 수익률을 수시로 확인해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돈을 빼고, 성과가 좋으면 계속 맡기는 식으로 자산을 관리한다.

어느 상품이 뜬다고 해서 그냥 덮석 투자하거나 맡겨놓으면 어떻게 될까. 과거 수차례 발생했던 증시 폭락과 저축은행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자신이 주식이든 채권이든 펀드든 부동산이든 상품의 특성과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묻지마 투자가 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투자상식이 필요한 이유다.

우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알아두자. 수익이 높으면 위험도 크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이 가장 대표적이다. 주식 가격제한폭은 ±30%에 달한다. 1억원을 투자해 사흘 연속 상한가를 치면 2억원 가까이 손에 쥐게 된다. 하지만 이런 주식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안은 적립식 펀드다. 펀드에는 통상 30개 이상의 종목을 쓸어담는다. 기업과 산업 분석 전문가인 애널리스트의 의견을 토대로 펀드매니저들이 유망한 주식만 포함하기 때문에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그러나 적립식 펀드 역시 주의할 부분이 많다. 시간적으로 투자 기간이 분산된다고 해서 완전히 위험이 제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장기침체가 지속되면 적립식 펀드를 투자해도 수익률이 낮거나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적립식 펀드의 경우도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현금화하는 게 좋다. 적립식 펀드가 주식보다는 안정적이란 말만 믿고 너무 오래 보유하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실제로 펀드 가운데 상당수는 수익률이 마이너스 상태인 채로 방치돼 있다. 펀드 역시 금액 상한선을 정해놓고 투자하되 6개월 한 번은 반드시 수익률을 검검해야 한다. 주식형 펀드가 불안하다면 안정선이 높은 채권혼합형 펀드가 대안이다. 돈을 맡길 금융회사도 한 곳만 의존하지 말고 분산할 필요가 있다. 수익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발품을 팔수록 노후가 든든해진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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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예를 들어 1억원의 금융자산이 있다고 치자. 투자성향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3등분 정도하는 게 좋다. 우선 3000만원은 예금에 넣어둬야 한다. 나머지 7000만원을 투자상품에 넣었다가 쪽박을 차더라도 최소한의 안전자산은 확보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를 생각하지 않고 1억원의 여유자금이 있다고 해서 몽땅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면 어떻게 될까. 증시가 대세상승을 타고 올라간다면 대박을 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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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노후 30년 즐겁게 보내려면 안전벨트 단단히 매라



하지만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을 한순간이라도 잊어선 안 된다. 금융투자의 역사를 보면 개인 투자자는 대박을 치는 경우보다 쪽박을 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안전판으로 항상 현금을 어느 정도 떼놓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

채권 투자도 유의해야 한다. 채권은 예금보다 이자가 높지만 발행회사가 부도를 내면 휴지조각이 될 수 있어서다. 결국 투자수익을 많이 내려면 투자를 좋아해야 하고 관련정보가 많아야 한다는 진리만 알면 된다. 평소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경제 전반의 흐름을 파악하고 기업 및 산업 동향을 기반으로 주식시장의 움직임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돈도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사람을 따르기 마련이다.


<4회에서 계속됩니다> 
※ 이 기사는 고품격 매거진 이코노미스트에서도 매주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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