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취재일기

미 태평양 사령부에서 바라보는 아시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최훈 기자 중앙일보 주필
기사 이미지

최 훈
편집국장

“남중국해 분쟁 설명 좀 하고 다시 북한 문제로 돌아가면 안 될까요.”

지난 14∼15일 하와이의 미 태평양 사령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소속 언론인들을 상대로 브리핑에 나선 마크 몽고메리 작전참모부장(해군소장)이 질문을 끊고 나섰다. 북핵,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등 한반도 이슈에 질의가 집중되면서였다.

몽고메리 소장은 “지난 40년간 베트남과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0.9㎢를 매립했다”며 “중국이 여기에 대응해 매립한 건 12.1㎢”라며 정색을 했다. 그는 “중국이 만든 인공섬 7개 중 3개에 비행장이 있으며, 활주로는 폭격기가 뜰 수 있는 3㎞ 길이”라며 “항행의 자유를 지키려 미국이 나섰고 이게 바로 동맹국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민이 사드에 반감을 가진 이유가 (김진명 작가의) 소설 『싸드』 때문이라고 들었다”며 “그 소설 때문에 겉으론 방어용이라지만 실제론 중국 공격용이라고 믿게 되었느냐”고 반문했다. 사드의 한국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반발, 한국 내 기류에 대한 미 군부의 관심을 감지케 해 준 장면이었다.

기사 이미지

[일러스트=박용석]

이어 그는 “한반도 유사시엔 미군이 한국군, 일본 자위대와 협력해야 한다”며 “한국과 따로, 일본과 따로 해선 성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삐걱거려 온 한·일 관계를 보는 미 군부의 우려였다.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의 현안 브리핑이 이어진 히컴 공군기지. 한 고위 관계자는 “올 2월 해리스 미 태평양 사령관이 인도를 찾아 양국 해군의 협력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당시 해리스 사령관은 “강한 국가가 작은 국가를 겁박하고 있다”며 중국에 맞선 미·인도 간의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최근 ‘인도-아시아-태평양’의 안정화를 비전으로 내세운 미 태평양 사령부가 인도를 중국 견제의 우군으로 키워 가고 있는 구도다.

지구상 52% 면적의 작전을 담당하는 미 태평양 사령부. 관계자들은 "김정은과 북한은 가장 중요한 위협”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그들의 전략적 관심은 확연히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의 확장 쪽으로 분산·이동하는 모양새였다.

하와이대 동서센터의 데니 로이 박사는 편집인협회와의 안보세미나에서 “남중국해 문제는 미국 중심의 시스템, 규칙을 시행하는 리더십의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 사건”이라며 “대국으로 급속히 부상 중인 중국과 만족할 만한 균형을 미국이 찾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호놀룰루에서>

최 훈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