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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성폭행 피해자 신상털기, 반인륜 범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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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일부 삐뚤어진 네티즌이 전남 신안군에서 발생했던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신상털기’를 시도하다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의 회원 등 네티즌 5명은 신안군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정보를 캐서 인터넷에 올리려다 엉뚱한 사람의 사진을 올리는 바람에 피해를 안겨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피해자가 기간제 교사라는 잘못된 이야기를 접한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 홈페이지에서 A교사의 사진을 찾아 인터넷에 올렸다. 하지만 이들이 신상 정보를 공개한 인물은 피해자가 아니었다. 뒤늦게 자신의 사진이 성폭행 피해자로 지목돼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음을 알게 된 A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네티즌 5명에 대한 고소장을 직접 경찰에 제출했다. 그는 이 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최근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성폭행 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은 흉악 범죄다. 그런 사건의 피해자 신상 정보를 캐서 인터넷에 올리려고 한 것 자체가 성폭행 못지않은 비윤리적이고 반인륜적이며 파렴치한 중범죄다. 극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피해자를 돕지는 못할망정 이런 시도를 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희롱한 망나니 짓이다. 그릇된 정보를 인터넷에 올려 엉뚱한 사람을 피해자로 둔갑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사명감을 가지고 벽지에서 일하는 교사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간적 어려움을 안겨줬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강력하게 단죄해 사회적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법이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올린 비인간적인 정보를 보고 킬킬거리며 ‘좋아요’ 등을 누른 네티즌에게도 책임을 물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사람을 노리개 삼는 이런 비인간적인 사이버 범죄의 재발을 막으려면 정부는 물론 네티즌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단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벌이는 이러한 일탈 행동을 근절하려면 사이버 공간의 자율적인 자정 기능부터 강화해야 한다. 인터넷 자정 시민운동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