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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중국어선들 넘어와 고기 잡아도 팔짱…어업권 팔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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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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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대원이 11일 연평도 해상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에 올라 절단기로 조타실 잠금장치를 자르고 있다. [사진 인천해경, 뉴시스]

군(해병대)과 해양경찰로 구성된 한국 ‘민정경찰’과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은 12일 한강 하구에서 ‘눈치작전’을 벌였다.

맛조개·숭어 잡았지만 단속 안 해
“북, 기름 없고 어선 낡아 조업 못해
중국 어선에 이용료 받고 있을 것”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 어선들이 12일엔 한강 하구에서 조업을 하지 않았다”며 “일부 중국 어선이 서쪽으로 빠져나갔지만 아직 10여 척이 북한 영해에 머물고 있어 다시 남하할 가능성에 대비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어선이 다시 진입하면 단속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강 하구는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는 중립수역이다. 중국 어선은 남과 북의 단속권이 닿지 않는 점을 악용해 이 지역에서 불법 조업을 해왔다. 정부 당국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지난 10일부터 고속단정 4척을 투입해 단속에 나섰고 중국 어선 10여 척은 모두 북한 영해로 피했다.

이들 중국 어선은 황해남도 연백 앞바다 등에 머물고 있다. 북한 영해에 들어간 뒤에도 맛조개와 새우·숭어 등을 잡고 있다고 군 당국자는 밝혔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군 당국자는 “중국 어선들이 북한 땅에 바짝 붙어 조업하고 있는데도 단속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국 어선들이 자국 영해에서 조업을 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방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기름이 부족하고 그물이나 어선이 낡아 제대로 조업하지 못하자 수년 전부터 중국에 어업권을 판매해 왔다”며 “불법 조업 어선들로부터도 이용료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매년 백령도 서쪽과 연평도 인근 어장의 어업권을 중국 측에 팔아왔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2014년엔 북방한계선(NLL) 이남 한국 어장의 어업권까지 판매한 적이 있다. <본지 2014년 5월 31일자 1면>

북한의 어업권 판매는 중국 어선에 피난처를 제공하는 한편 남측 어자원을 고갈시키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정상회담에서 서해에 공동어장을 만들기로 한 데는 군사적 충돌방지뿐만 아니라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을 막으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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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해경 전용부두에 압송된 중국어선을 조사하는 국제범죄수사대원. [사진 인천해경, 뉴시스]

◆해경, 연평도에서 중국 어선 나포=인천해경은 지난 11일 오후 4시40분쯤 NLL 남쪽으로 8.6㎞가량 침범해 연평도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1척(50t급)을 나포했다. 연평도는 작전이 벌어진 한강 하구에서 50여㎞ 떨어져 있다. 나포 당시 인천해경 해상특수기동대원 14명이 올라탔지만 중국 어선은 조타실 철문을 잠근 채 북한 쪽으로 1㎞가량 달아났다. NLL을 넘을 경우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줄 수 있던 상황이었다.

인천해경은 절단기로 조타실 철문을 열고 들어가 중국 선원 7명을 붙잡고 어선을 강제로 세웠다. 어선엔 한국 해역에서 잡은 꽃게·잡어 45㎏이 발견됐다.

정용수 기자, 인천=김민욱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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