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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 만에 지핀 용광로 불씨…동국제강 회생 발판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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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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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지난 10일 브라질 쎄아라주 뻬셍 산업단지에서 완공한 제철소를 찾아 화입식을 치르면서 용광로에 첫 불씨를 넣고 있다. [사진 동국제강]

지난 10일 브라질 북동부 쎄아라주(州)에 있는 뻬셍 산업단지에서 동국제강의 숙원사업이 결실을 맺었다. 브라질 투자 11년 만에 완공한‘CSP 제철소(뻬셍철강주식회사)’의 110m 높이 용광로에 불씨를 넣는 ‘화입식’이 열렸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이날 긴 막대 끝에 불을 붙인 뒤 감격스런 표정으로 용광로에 밀어 넣었다.

연 312만t 생산 브라질 제철소 완공
본사 사옥 매각 등 구조조정 박차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 생산 주력
“시장 공급과잉, 판매 어려워” 지적도

이 회사가 연간 최대 312만t 생산이 가능한 대형 용광로를 확보한 건 창사 62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동국제강은 포스코·현대제철에 이어 3번째로 ‘용광로 제철소’를 보유한 한국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1965년 삼화제철소의 소형 용광로를 인수한 뒤, 인천·포항에 고철을 쇳물로 만드는 3개의 전기로를 가동하던 동국제강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총 990ha(옛 300만 평) 부지에 55억 달러(약 6조4000억 원)가 들어간 CSP 제철소 투자엔 동국제강과 포스코, 브라질의 유명 철광석 회사인 발레가 각각 3:2:5의 비율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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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계자는 “지난 2일 금융권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2년 만에 졸업한 직후, 야심 프로젝트였던 CSP 제철소 가동까지 결실을 맺어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선박·해양플랜트에 쓰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인 ‘후판’으로 재미를 보던 동국제강은 중국산 저가품 범람과 조선업 불황으로 시름했다. 결국 부채 비율이 230%대에 이르면서 지난 2014년 6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었다. 지난해에도 2299억 원의 손실을 냈다.

특히 장세주 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지면서 그룹 위기가 심화됐다. 그러나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 중심으로 꾸준히 경영 정상화를 꾀했다. ▶유니온스틸을 합병해 냉연 쪽으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한데다가 ▶본사 사옥인 페럼 타워를 매각하고 포항의 2후판 공장 매각을 추진하는 등 구조조정 고삐를 조였다.

긴축 살림의 효과가 나면서 현재 부채 비율은 189%대까지 떨어졌다. 장 부회장은 이날 화입식에서 “브라질 제철소는 3대에 걸친 꿈의 실현”이라며 “세계 최고의 제철소로 키우면서 지역 사회와도 공동 성장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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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CSP 제철소는 ‘슬래브’로 불리는 철강 반제품을 만든다. 일단 초기 생산량 중에서 60만t은 한국으로 들여오고, 100만t은 세계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시장 일각에선 세계적인 공급 과잉 속에서 추가 물량이 늘어나면 결국 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재광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글로벌 철강 시장 상황을 볼 때 160만t 슬래브 판매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용광로 특성상 초기 가동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브라질 제철소 역시 내년까진 적자가 발생할 확률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는 “후판 사업 비중을 줄이면서 과거 440만t 생산하던 걸 150만t으로 줄였고 현재 가동률도 100% 수준”이라며 “브라질에서 생산한 슬래브를 들여와 후판 생산에 활용하면 100억원의 원가가 절감되는 등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철근 가격도 동국제강 재무 구조에 변수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올 초 철근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르면서 실적에 도움을 줬지만 추가 상승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준술·박성민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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