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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에 투자 | 삼성전자] 해외 스타트업 발굴 한국에 들여와 키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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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글로벌혁신센터(GIC)는 루프페이를 발굴하고 투자해 삼성페이를 만들었다.

지난해 8월 나온 삼성페이는 출시 6개월 만인 지난 2월 가입자 수가 한국과 미국을 합쳐 500만 명을 넘었다. 5월엔 국내 누적 결제금액만 1조원을 넘었다. 삼성페이의 인기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만 지원하는 다른 회사의 결제시스템과 달리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방식도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2월 MST 기술을 가진 미국 루프페이를 인수했기에 가능했다. 루프페이 인수는 삼성전자가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만든 글로벌혁신센터(GIC)의 작품이다. GIC는 루프페이를 발굴·투자해 MST 기술 개발을 도왔다.

‘한국의 것 세계로’ 전략 바꿔 ... 사내 기업 육성 프로그램도 가동

자체 연구·개발(R&D)로 경쟁력을 키우던 삼성전자가 몇 년 전부터 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벤처 기업을 지원한 후 지분을 확보하거나 인수해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엔 반도체·스마트폰 등 유망할 걸로 예측되는 기술을 개발하면 됐지만 지금은 미래 유망 사업이 어떤 것인지도 예측이 어렵다”며 “세계에 숨어있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살피며 이들을 유망한 기업으로 키워내는 게 새로운 먹거리 창출 사업”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기업 육성을 주도하는 건 GIC와 2012년에 역시 실리콘밸리에 만든 전략혁신센터(SSIC)다. GIC는 루프페이를 인수하기 전인 2014년 8월 ‘스마트싱스’를 인수해 삼성전자 스마트 홈 시스템의 핵심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의 기반을 마련했다. GIC가 소프트웨어에 특화됐다면 SSIC는 하드웨어가 주전공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 중이다. 헬스케어·클라우드·인공지능 등 신기술도 눈여겨보고 있다. 손영권 SSIC 사장은 지난 1월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이 지금까지 한국의 것을 국제적으로 키웠다면, 이제는 국제적인 것을 한국으로 들여와 키워야 한다”며 “삼성은 대기업이 아닌 벤처기업처럼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빠른 추격자’가 아닌 ‘시장 선도자’로 나아가겠다는 말이다.

미국 이외 다른 해외 국가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등에 세운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엑셀러레이터를 지난해 이스라엘 야쿰 지역의 R&D 센터에도 설립했다. 실리콘벨리의 스타트업은 이미 몸값이 비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동의 IT 강국인 이스라엘에는 눈에 띄는 아이디어와 탁월한 기술이 있음에도 몸값이 싼 기업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스라엘 경제지 글로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의료용 센서를 만드는 ‘얼리센스’, 2분 만에 스마트폰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스토어닷’, 4D 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는 ‘MV 4D’ 등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글로브는 ‘삼성전자는 이스라엘 스타트업계에서 큰 손이자 파트너’라며 ‘특히 헬스케어와 보안 분야 스타트업 인수에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사내 인력을 활용한 스타트업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C랩’은 직원들이 내부 인터넷망에 제안한 사업·기술·제품 아이디어를 키워내는 사내 기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유망한 기업은 잘 키워낸 뒤 분사까지 한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기업만 9개며 올해도 6월 1일에 5개 기업이 분사했다. C랩에 선발된 임직원은 1년 간 현업에서 벗어나 해당 프로젝트 팀원을 구성부터 예산 활용, 일정 관리까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루프페이·스마트싱스 등의 성공으로 앞으로 스타트업과 연계한 기술을 제품에 적용하는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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