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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검찰의 대우조선 수사, 핵심 비켜가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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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총장 직할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어제 대우조선해양 서울 본사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산업은행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압수수색했다. 2조원이 넘는 손실을 감춘 경영진의 비리 의혹 등 대우조선 부실 경영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한다.

대우조선은 부실의 상징이자 구조조정의 시금석인 회사다. 부패범죄수사단은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처럼 조직적이고 규모가 큰 범죄를 전담하기 위해 지난 1월 만들어졌다. 이번 수사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의 부패와 비리는 잘 알려져 있다. 기술 부족으로 수주할수록 손해인 해양플랜트 관련 회계를 조작해 흑자로 둔갑시켜왔다. 납품을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기는 행위도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전임 사장들을 둘러싼 의혹도 적지 않다. 이 회사 감사위원회는 남상태·고재호 두 전임 사장이 2010년부터 진행된 오만 선상호텔 프로젝트 등과 관련해 부실을 조장했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개별 기업 단위로는 ‘단군 이래 최대 부실’을 부른 이들의 잘못은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

이 회사 최대주주이자 채권자인 산업은행이 이런 부실을 방치한 과정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산은은 2000년 대우조선을 맡은 이후 부행장을 비롯한 다수의 퇴직자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다. 이 중엔 경영본부장이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분식회계나 경영 비리를 밝히지도, 차단하지도 못했다.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직무유기다. 사전 경보를 울려야 할 회계법인들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부실기업 관리체제의 허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고치지 않으면 지금 진행 중인 구조조정도 성공할 수 없다.

정부의 상황 파악이 늦어지고 구조조정이 지연된 경위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4조2000억원을 지원한다는 결정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내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등이 지원 여부와 방식, 은행별 분담액까지 결정해 국책은행들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정치논리가 좌우해 온 구조조정의 실상과 관치금융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증언이다. 물론 ‘정책적 판단’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데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폭탄 돌리기’가 이어져 온 전말을 밝히는 일은 앞으로의 구조조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

대우조선엔 지금까지 6조5000억원에 달하는 혈세가 투입됐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12조원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의 상당 부분도 이 회사에 투입될 전망이다. 모두가 대우조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국민들의 돈이다. 왜 그래야 하는지를 국민에게 납득시킬 책무가 이번 수사에 주어져 있다. 그러려면 경영진의 책임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 시스템의 어디가 고장 났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까지 제시하는 수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