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국민의 쇄신 요구에 한참 못 미친 청와대 인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참모진 일부를 교체했다. 다소 뜻밖의 인사지만 인선 결과는 그동안 교체 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인사들이다. 특히 물러난 현기환 정무수석은 총선 당시 ‘계파 공천’의 주역으로 거론됐다. 그럼에도 선거가 끝나고 두 달이 지나서야 후속 조치가 나온 건 ‘총선 패배가 청와대 책임은 아니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 그런 만큼 많이 늦었어도,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총선 패배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신하고 꽉 막힌 정국에 변화의 물꼬가 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번 개편 역시 4·13 총선 민심이 요구한 대폭적인 국정쇄신 수준엔 한참 못 미친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신임 정무수석에 친박 핵심인사를 임명해 총선 민의를 따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임기 말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특히 김재원 정무수석과 한 달 전 임명된 강석훈 경제수석은 총선 경선에서도 탈락했다. 당장 야권에선 “낙천 친박 구제용 보은 인사”라거나 “국회나 국민이 아닌 대통령 뜻만을 잘 받드는 해바라기성 인사”란 혹평이 나온다.

이번 개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여소야대 체제로 출범한 20대 국회와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가대로 청와대 인적 개편이 국민, 정치권과의 소통 강화와 협치를 위한 것이라면 반길 일이다. 다만 그런 의지에 신뢰가 생기려면 좀 더 과감한 인적 쇄신, 정국운영 방식의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총선에선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스타일도 심판받았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키우고 권력을 전횡한다고 비판받는 일부 실세 수석·비서관의 추가 교체가 뒤따라야 한다. 개각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청와대를 개편하면서 내각 인사를 하지 않으면 인적 쇄신의 의미가 반감된다. 경제위기 극복과 소통·협치를 위한 근본적인 조직 개편도 검토할 만하다.

새로운 각오로 나선 새 출발이라면 새 인물의 파격적인 혁신이어야 한다. 그게 총선 민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