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흑산도 여교사 성폭행' 둘러싼 괴담과 진실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둘러싼 공분이 전국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신안군과 의회 주민들이 피해 여교사와 가족, 국민 앞에 사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구속된 3명의 피의자 중 1명이 2007년 대전 20대 여성 성폭행 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되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육지에서 100㎞ 떨어진 섬이라는 폐쇄적인 곳에서 발생한 때문인지 여러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다만 기초적인 사실 관계가 어긋나는 괴담 수준의 이야기까지 사실인양 포장돼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들이 생길 우려도 있습니다.

흑산도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흑산도와 신안군에 대한 각종 괴담과 의혹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중앙일보가 하나씩 체크해봤습니다.

기사 이미지


▶괴담① "현지 경찰이 '뭘 주민들끼리 신고하느냐'며 상처를 주는 발언을 했다."



=사실이 아닙니다. 피해자는 지난달 22일 새벽 112를 통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흑산파출소 경찰관들은 곧장 범행 장소인 관사에 출동했습니다. 그리고 증거물인 옷과 이불 등을 챙겨 피해자를 파출소로 데려와 보호했습니다. 이후 아침에는 목포로 향하는 배에 피해자와 동승해 관련 기관에 도착할 때까지 함께 했습니다.


▶괴담② "신안경찰서가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목포경찰서가 수사하는 것이다."



=신안경찰서라는 기관은 없습니다. 애시 당초 말이 되지 않는 얘기라는 의미입니다. 신안군과 주민들은 2007년부터 줄기차게 신안경찰서 신설을 요청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가 예산 문제를 지적하면서 아직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목포경찰서가 신안 지역을 관할하고 있습니다. 흑산파출소 역시 목포경찰서 산하입니다.


▶괴담③ "신안군의 한 섬에서도 남교사가 실종됐고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다."



=흑산도가 아닙니다. 신안군의 섬 중 한 곳인 장산도에서 초등학교 30대 남교사가 실종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이 사건이 발생한 장산도는 흑산도와 직선 거리로 약 70㎞ 떨어진 곳입니다. 육지로 치면 다른 동네라고 볼 정도의 거리입니다. 해당 교사가 실종된 날 역시 지난달 19일 오후로 흑산도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2일 이전입니다. 경찰은 이 교사가 범죄에 연루됐을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오히려 부부 갈등 끝에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중입니다.


▶괴담④ "신안 염전노예 사건 이후 무연고 시신이 급증하고 있다."



=염전노예 사건이 불거진 시점은 2014년 초입니다. 신안군에 따르면 그해 무연고 사망자 공고건수는 11건입니다. 다만 이중 3건의 경우 전년도인 2013년에 발견된 시신이 수사기관에서 이듬해에야 넘어오면서 포함됐습니다. 신안 지역 무연고 시신 공고건수는 2012년 5건, 2013년 3건, 2015년 3건, 2016년은 현재까지 4건입니다. 2014년이 유독 많았던 건 사실입니다. 염전노예 피해자인 장애인이 범죄 피해자가 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무연고 시신들 가운데 범죄 피해 정황이 발견된 경우는 없다는 게 수사기관과 지자체의 설명입니다. 오히려 "유전자 분석 결과 한국인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시신도 있다"고 합니다. 가거도와 홍도·흑산도는 중국과 가까운 국토 최서남단쪽의 신안 지역 섬입니다.


▶괴담⑤ "주민들이 여교사의 술에 수면제를 타서 범행했다."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한 초기에 나왔던 주장입니다. 경찰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점에 대한 수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면제를 탄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목포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피해자의 몸에서 수면제 성분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피의자들이 여교사에게 독한 술을 10잔 정도 마시게 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괴담⑥"피해자는 기간제 교사이고 계약기간이 끝날 무렵을 노려 범행했다."



=피의자들은 계속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들이 범행을 사전에 공모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기간제 교사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이에 따라 계약기간이 끝날 무렵을 노려 범행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피해 여교사가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을 무렵부터 피의자들이 범행을 모의한 게 아닌지 수사 중입니다.

신안=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