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동계 요구 최저임금 1만원…반대하는 근로자도 많은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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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지난 20대 총선에서 정치권은 앞다퉈 최저임금 1만원(시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동계는 지난해부터 1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 중이다.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은 이달 28일 결정된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진은 어떻게 생각할까.

심의위, 전국 돌며 의견 들어보니
중기 노조 “직원 55% 법 위반 될판”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학계인사로 구성된 최저임금심의위원들이 지난 4월부터 5월초까지 전국의 사업장을 돌며 근로자와 경영진의 의견을 들었다. 결과는 정치권이나 노동계의 요구와는 딴판이다. 근로자조차 “1만원으로 올리는 건 무리”라고 했다. 심지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은 “알바비와 최저임금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현장방문결과 보고서를 지난 2일 본회의에서 채택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으로 사용자는 시급 6030(동결)~6500원(7.8%인상)을 적정한 수준으로 봤다. 근로자는 6500~8000원(32.7%)를 원했다. 한 중소기업 노조위원장은 심의위원들에게 “1만원으로 오르면 우리 회사 근로자 55%인 17년차 이하는 모두 법 위반대상이 된다”고 호소했다. 다른 회사 임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신입직원과 5년차 직원 간의 임금이 같아서 인사노무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업주는 “시간당 1만원이면 내가 노동자가 될 것인가, 사용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분곡점에 이른다”며 “(1만원이 되면) 편의점을 그만두고 근로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현 수준의 최저임금으로도 한 달에 400만원 벌어 알바비로 300만원 나간다”고 했다.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는 한 근로자는 “예전에 쇼핑몰을 운영했는데 최저시급을 맞춰줄 정도의 수입이 발생하지 않아 정리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알바생은 한 발 더 나가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이 알바생은 “최저임금은 업종별로 통틀어서 정하고 있는데, 근무환경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PC방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앉아서 근무하는 등 근무강도가 강하지 않은데 시간당 1만원을 받는다면 사장 입장에선 너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제도개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편의점 업주는 “편의점 업무는 단순업무인데 제조업체에서 종일 힘든 일을 하는 근로자와 최저임금이 왜 같은 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1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희망하는 근로자도 있었다. 청소업무에 종사하는 여성근로자는 “가족이 5명인데, 생계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1만원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기준으로 1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은 안 된다”며 차등적용을 요청했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요양병원의 임금인상은 건강보험료와 밀접하게 연계돼 국민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수가체계를 개선하지 않는 한 병원 사정을 고려하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따져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택시업계에선 노사 모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했다. 택시업종에 대해선 최저임금의 예외로 두고 지역별로도 다르게 책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은 “최저임금 위반 신고사건 대부분이 소액 아르바이트 건”이라며 “감정적 대립이 아니면 거의 시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알바생을 대상으로 한 근로윤리 확립 캠페인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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