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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복병 만난 금리 인상…韓 기회 만난 금리 인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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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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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7일 코스피 지수가 직전 거래일보다 25.79포인트(1.3%) 올라 40일 만에 2000 포인트를 회복했다. [사진 전민규 기자]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시나리오에 제동이 걸렸다. ‘고용 충격’이라는 복병을 만나서다.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 하강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의 한 강연에서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보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옐런 의장은 “5월 고용 동향은 실망스럽고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의 신규 일자리 창출은 3만8000개에 그쳐 고용 쇼크로 받아들여졌다. 옐런 의장이 향후 금리 인상 시점을 거론하지 않은 채 ‘점진적인 인상’만 강조함에 따라 시장에선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이 소멸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내린 이후 11개월째 기준금리를 묶어뒀다. 한은이 그간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었던 건 한은이 금리를 내리고 미국이 금리를 올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줄어들 경우 외국 자본의 이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었다.

하지만 이런 금리 ‘역주행’ 우려가 덜어진 만큼 한은이 6~7월께 금리를 내려 경기 하강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6월에 종료됨에 따라 소비 침체가 우려되고 향후 구조조정에 따른 충격도 예상되는 만큼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졌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9월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어 6월께 금리를 내리고 이후 미국 금리 향방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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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내 경제 상황은 한은이 금리를 당장 내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악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8% 줄며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4월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0.5% 줄었다. 수출은 5월에도 전달 대비 6% 줄며 17개월째 뒷걸음질이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같은 국내외 경제기관은 경기 부양 및 구조조정에 따른 충격 완충을 위해 한은에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다만 한은이 당장 이달 9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14~15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한은이 먼저 금리를 움직이는 것은 부담스러워서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 관련 종사자 1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81명(79.4%)이 이달 금리 동결을 점쳤다. 예상대로 미국이 6월에 금리를 동결할 경우 한은이 7월에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금리를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8%인데 기업 구조조정 영향 등을 반영해 7월에는 이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고용 지표 부진으로 미국 경제 회복 속도에 의구심이 커지며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며 “한은이 7월께 금리를 내려 경기 부진에 대응할 여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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