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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① 노후 30년 즐겁게 보내려면 안전벨트 단단히 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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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환갑에 큰 잔치를 치렀다. 하지만 이제는 인생 후반전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환갑에도 마음은 청춘이고 신체는 왕성하다. 그래서 퇴직해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대가 왔다. 은퇴 후에도 여건만 되면 언제든지 구직에 나서고 일을 한다는 뜻에서 ‘반퇴(半退)시대’가 왔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반퇴시대는 ‘양날의 칼’ 또는 ‘두 얼굴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이 벌어놓고 건강하면 축복이지만 벌어놓은 게 없고 건강하지 않으면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퇴시대는 퇴직을 앞둔 1차 베이비부머(1955~63년 출생자 710만명)만의 얘기가 아니다. 취업이 늦고 저성장·저금리가 일상화되면서 2·3차 베이비부머(30~40대) 역시 이런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노인 빈곤에 빠질 수밖에 없다. 65세 이상 인구의 노인빈곤율은 49%에 이른다. 젊어서 모아둔 게 없어 퇴직 후 바로 노인빈곤으로 이어진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반퇴세대는 앞 세대와 전혀 다른 사회·경제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반퇴세대는 우선 앞 세대에 비해 노후가 20~30년 길어졌다. 기대수명이 1970년 61.9세에서 2014년 82.4세로 반세기도 안 된 사이에 20년 넘게 늘어나면서다. 사고 없고 건강하면 100세 생존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반퇴세대의 노후는 고단할 수 있다. 저성장·저금리로 인해 취업이 어렵고 어렵게 취업해도 자산을 축적하기 어렵다. 어렵게 돈을 모아도 굴리기 어렵다. 일본과 유럽처럼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돼 퇴직자의 이자생활이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재산을 불리는 지렛대였던 부동산 신화는 막을 내렸다. 이같이 험난한 환경을 극복하고 100세 시대를 살아가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우선 재테크 전략의 전면적인 수정이다. 재산 현황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과 부채를 확인해 노후 30년간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목돈을 모아서 적당히 쓰다가 생을 마감하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자산의 연금화가 필요하다. 퇴직을 하더라도 매달 나오는 월급처럼 연금을 받아야 30년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30대부터 시작하라는 얘기다.

당장 퇴직에 직면하고 있는 베이비부머(1955~63년 출생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베이비부머는 55년생을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환갑이 되기 시작했다. 이미 현업에서 물러나는 시기에 직면한 만큼 새롭게 준비할 겨를이 없이 바로 반퇴시대에 진입하게 된 세대다. 이들은 과감한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노후 준비 전략을 짜야 한다.

자녀를 독립시키고 자신이 현업시절 쌓은 전문성과 능력에 걸맞게 이모작을 모색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퇴직금은 연금으로 돌리고 보유한 주택은 작은 집으로 갈아타는 게 좋다. 결국엔 노후를 보낼 보금자리로 쓰다가 주택연금을 타는 수단으로 쓰는 게 좋다.

이들에 뒤이은 X세대(68~75년생)는 고도의 반퇴 전략을 짜야 한다. 이들은 베이비부머보다 더 힘겨운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베이비부머는 고성장 시대에 공부하고 사회에 진출해 취업이 잘 되고 자산을 축적할 여건이 좋았다. 그 다음 세대로 갈수록 취업이 어려워지고 자산 축적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1차 베이비부머에 비해 모아놓은 자산은 절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Y세대(1979년~85년생)는 시간적 여유가 많다. 그러나 서른 살부터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넉넉한 노후 준비가 가능하다. 반퇴 준비 여건은 1차 베이비부머는 물론이고 X세대보다 더 나쁘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는 극심한 취업난을 겪으면서 취업과 결혼이 늦어지면서 경제적 기반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많다. 조직에 들어가서도 고령화된 구조에서 일하게 되면서 다양한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저성장·저금리 구조는 이들의 재산 형성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들의 소득에 비해 여전히 자산가격이 높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주택마련 여건이 어려워져 자산 축적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

연금은 4층으로 쌓아야 한다. 국민연금은 기본이다.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분야 종사자는 연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편이지만 봉급생활자는 월급이 끊겨 소득절벽에 직면하는 순간 생활의 여유가 없어진다. 2014년 7월 미래에셋 은퇴연구소가 발간한 은퇴리포트에 따르면, 60대와 50대 부부의 적정 은퇴생활비는 각각 약 260만원과 300만원으로 조사되었다. 손자 용돈이라도 주고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한 달에 한두 번 국내 여행을 다니려면 300만원으로도 부족하다. 평소 여유가 있다면 국민연금ㆍ퇴직연금 외에 개인연금을 쌓고 그 위에 주택연금을 쌓자

지금까지 주택은 주거 용도로만 쓰였지만 노후가 길어지면 주택을 맡기고 매달 연금을 타는 게 좋다.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이라면 집을 팔아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소형 아파트나 도시생활형 주택을 매입하고 거주 주택은 작은 곳으로 옮기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렇게 3층 연금을 쌓고 현금흐름을 개선하면 노후는 축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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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도 고민해야 한다. 어느 정도 자산이 있다면 배우자나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는 게 절세 효과를 높이기 때문이다. 고도성장을 거친 1차 베이비부머는 웬만하면 집 한 채 정도는 가지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는 집 한 채만 있으면 통상 10억원이다. 평소 증여를 한 뒤 상속 전략을 잘 짜야 절세를 극대화하고 노후를 풍족하게 할 수 있다. 자녀에게 미리 증여할수록 자녀의 경제적 기반도 빨리 형성된다. 증여할 재산이 일찌감치 조금씩 해두는 게 나중에 자녀간 분쟁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이모작은 필수가 됐다. 노후 30년간 등산이나 다니면서 소일할 순 없다. 평소 관심 분야를 개발해 적절한 일거리를 만들자.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다면 여행이나 취미활동, 자원봉사를 해도 인생은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은퇴자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자신이 현업시절 쌓은 전문성과 능력에 걸맞게 이모작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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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크레바스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크레바스는 빙하지대에 발생한 거대한 균열이다. 퇴직 직후 소득이 줄어들거나 일을 그만두게 되면 상실감과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노후자금을 충분히 만들고 적당한 소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노후 안정의 기반은 현업에서 열심히 일하는 평정심의 자세에서 출발한다.

다만 항상 퇴직 후 무엇을 할지 평소 조금씩 고민해둬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관심이나 전문성을 발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인생이모작으로 연결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인생 을 어떻게 보낼지 끊임없는 성찰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와 고령화가 맞물려 나타난 반퇴시대는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비만 하면 즐거운 노후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2회에서 계속됩니다> 

※ 이 기사는 고품격 매거진 이코노미스트에서도 매주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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