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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부결된 럭셔리 복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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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가 출발부터 국회법을 어기느냐, 가까스로 지키느냐, 내일이면 알 수 있습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단 선출은 7일, 상임위원장은 9일까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여야간의 원 구성 협상은 아직 진전이 없습니다. 초선들은 할 일이 없어 어리둥절해 하는 데 비해, 그런 일에 익숙한 재선 이상 의원들은 일찌감치 휴가부터 챙깁니다. 일부 의원들이 선언한 무노동 무임금에 따른 세비 반납이 과연 지켜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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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모든 주민에게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무조건 월 2500스위스프랑(300만원)을 지급하는 최저소득보장 제도가 국민투표 결과 부결됐습니다. 반대가 76.9%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기계화와 AI의 보급으로 최저한의 소득보상이 있어야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다는 게 찬성파의 논리였습니다. 대신 기존의 연금과 실업수당은 모두 폐지해 사회복지 체계를 단순화하자고 했습니다. 럭셔리급 보편적 복지입니다. 하지만 재원이 모자라고, 근로의욕을 잃게 만든다는 반론이 압도적으로 강했습니다. 근로자에겐 꿀 같은 공약인데도 지급액이 기존 연금보다 적을 수 있다는 이유로 노조가 소극적이었습니다. 명확히 지지를 표명한 좌파 정당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핀란드 등 다른 나라에선 비슷한 제도를 추진 중이라 합니다. 양극화와 빈곤 퇴치를 위한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시장원리와 거리가 먼 아이디어들이 앞으로도 돌출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걸러내느냐, 덥석 무느냐는 국민의 눈높이에 좌우될 겁니다.

주일 미 해군의 전 장병에게 오늘부터 금주령이 내려졌습니다. 며칠 전 오키나와에서 주민을 다치게 한 미 해병의 음주 교통사고가 계기입니다. 기지 밖 외출도 대폭 제한됩니다. 아이들 학교 데려다 주거나 장 보러 가는 것 외에는 실질적인 외출금지령입니다. 한국에서도 미군의 음주운전 사고가 적잖습니다만 이렇게 신속하고 엄하게 대응한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미군의 엄격한 자기규율이 불필요한 반미 정서를 예방하는 길이라는 점을 주일 미군은 잘 아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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