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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선이 눈 앞에서 불법조업…연평어민들 중국어선 2척 직접 나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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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꽃게. 안성식 기자

꽃게잡이를 위해 새벽 조업에 나선 인천 연평도 어민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2척을 직접 나포했다. 어민들이 직접 중국 어선을 나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해경이 조사에 나섰다.

5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20분쯤 연평도 어선 5척이 NLL 남방 0.3해리에서 정박하고 있던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해서 연평도로 끌고 왔다.

중국 어선은 각각 10t, 20t급의 목선으로 모두 11명의 선원이 승선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잠을 자던 중이어서 별다른 저항 없이 연평도로 끌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어선을 나포한 연평도 어민들은 이날 오전 4시50분쯤 출항신고를 마치고 조업을 나갔다. 그러다 NLL인근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70여 척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출항한 우리 어선 19척 중 5척이 의기투합해 인근에 있던 중국어선 2척에 로프를 걸어 연평도로 끌고 왔다.

해군은 연평도 레이더 기지에서 오전 5시6분쯤 우리 어선이 어장을 이탈해 연평도 북방에서 정박하고 있던 중국어선들 주변을 선회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연평도 고속함 4척과 고속단정 3척을 NLL 인근으로 기동시켜 우리 어선의 NLL 진입을 막고 북한 도발에 대비했다. 해경도 해경 경비함정 2척과 연평 특공대 고속단정 1척을 즉시 현장으로 이동시켰다.

해경은 연평도에 입항한 중국어선 선원들의 신병을 인도받아 조사하고 있다. 또 어민들을 상대로 중국어선을 나포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연평도 중국어선 2척 나포 [사진 인천해양경비안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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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올해 중국어선 등의 영향으로 꽃게를 거의 잡지 못했다"며 "어민들이 출항을 하던 중 무더기로 몰려든 중국어선을 보고 순간 격분해 나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9984t이던 꽃게 어획량은 이듬해 9499t으로 5% 줄었고 지난해에는 6721t으로 30% 가까이 급감했다. 올해 4월의 꽃게 어획량도 17만1024㎏으로 지난해 같은 달 76만6353㎏에 비해 77.7%나 줄었다.

전문가 등은 수온 등 환경 변화로 꽃게 어획량이 줄었다고 보지만 어민들은 중국 어선의 영향이 크다고 주장한다. 중국 어선이 저인망식 조업을 하면서 꽃게를 쓸어간다는 것이다.

봄어기인 2013년 4∼6월 서해 NLL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레이더망에 포착된 중국 어선 수는 총 1만5560척으로 매일 중국어선 172척이 서해 NLL에서 조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인 2014년 봄어기에는 1만9150척(하루 평균 212척), 2015년에는 2만9640척(하루 평균 329척)으로 2년 만에 100% 가량 급증했다.

해경 관계자는 "나포된 중국 어선 2척의 선장 2명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고 나머지 선원 9명은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중국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라며 "어민들이 중국 어선을 나포한 곳은 우리 어선이 조업·항해를 할 수 없는 NLL 인근 해역이라 우리 어선들이 중국어선 나포 과정에서 선박안전조업규칙 등 관련 법률을 위반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평도에서는 2005년에도 우리 어민들이 불법조업하는 중국어선 4척을 나포한 적이 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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