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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항공 수요 20% 늘었다” … 수익성 확보가 관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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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호 6 면

2011년 3월 30일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오른쪽)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왼쪽)과 함께 기자회견에서 영남권 신공항 사업 백지화를 밝혔다. 김 전 총리는 “영남지역 주민과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중앙포토]

정부가 추진 중인 영남권 신공항의 경제성은 얼마나 될까. 최신의 연구 결과는 국토교통부의 연구용역을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24일께 발표 예정)를 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남권의 공항 수요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성은 다소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입지평가 자료에 따르면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이 부산 가덕도는 0.7, 경남 밀양은 0.73이었다. 정부의 국책사업 평가에선 B/C가 1 이상이어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는 “가덕도와 밀양 모두 신공항 입지로 부적합하다”며 영남권 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했다.


경제성과 사회환경 등을 종합 고려한 당시 평가에서 가덕도(38.3점)와 밀양(39.9점) 모두 100점 만점에 50점(최저 통과점수) 미만의 낙제점을 받았다. 가장 큰 원인은 경제성이었다. 가덕도는 바다를 먼저 메워야 하고 밀양은 여러 개의 산을 깎아내야 하는 등 치러야 할 비용이 컸다.


“이번 조사서 비용 대비 편익비율 1 넘을 것”당시 정부가 예측한 공사비는 660만㎡를 조성하는 데 가덕도 10조3000억원, 밀양 9조8000억원이었다. 1172만㎡에 5조6000억원(1단계 사업)이 들어간 인천공항과 비교해도 드는 비용이 크다. 박창호 공항입지평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B/C가 1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공사비가 7조원 이하로 든다면 신공항 건설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입장은 정반대다. 나웅진 국토교통부 공항정책과장은 “지난 조사 때보다 영남권의 항공 수요가 크게 늘어 신공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1년과 같은 무산 가능성은 검토되고 있지 않다”며 신공항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밝혔다.


국토부의 입장이 변한 가장 큰 이유는 영남권의 항공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국토부가 발표한 김해공항 수요 예측치는 2015년 1093만 명이었지만 실제 이용객은 1238만 명이었다. 김해공항 이용객은 지난해에만 20% 이상 늘며 5~6년 안에 포화 상태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 수요가 급증해 이번 조사에선 B/C가 1 이상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가덕도와 밀양을 후보지로 내세운 부산과 대구 등 지자체들도 늘어난 항공 수요와 6조원 안팎으로 줄어든 공사비 등을 내걸며 신공항 건설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부산은 기존의 김해공항을 그대로 쓰면서 활주로 1본의 신공항을 건설해 사업비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대구 등은 영남권 전 지역에서의 접근성이 용이함 등을 내세워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이해관계를 떠나 경제성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본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우려를 나타낸다. 김해공항이 곧 포화 상태가 될 것이란 전망에는 동의하지만 신공항 건설이 타당한지에 대해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성이 없다고 백지화했던 정부가 5년 만에 다시 신공항 건설을 끄집어내는 건 경제가 아닌 정치논리”라고 말했다. 그는 “인접 공항 간 연계 도로를 구축하고 철도망을 확충하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KTX의 활성화도 공항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지방공항 관계자는 “KTX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전체적으로 국내선 승객은 줄고 있다”며 “저비용항공사(LCC) 때문에 반짝 수요가 증가할 순 있겠지만 조만간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공항의 국내선 이용자 수는 2011년 521만 명에서 2013년 519만 명으로 하향 추세였으나 지난해는 저비용항공사 이용객이 늘면서 642만 명으로 증가했다.

14개 지방공항 중 11개 만년 적자신공항 건설 대신 현재의 김해공항 확장이 더욱 합리적이라는 대안도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김해공항 확장에 대해선 제대로 된 용역 한 번 없이 신공항 건설만 밀어붙이고 있다”며 “실제 완공 단계에선 처음 예상보다 4~5배 많은 공사비가 투입돼 사업비가 어마어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 이영혁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도 “김해공항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공군 항공기만 옮기면 포화된 공항 수요는 얼마든지 수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2011년 신공항 백지화 발표 후 김해와 대구·포항 등 영남권의 군 공항을 한 군데로 이전 통합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외국 기관에 일임한 평가 방식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2011년 정부는 국토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교수와 항공사, 공항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30명의 평가위원이 경제성과 환경성 등을 골고루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에 국토부는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싼 지자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정성을 명분으로 프랑스의 ADPi에 평가 전반을 위임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항 설계로 돈을 버는 ADPi의 평가에선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올 게 뻔하다”며 “국토부는 공정성을 명분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남권 지자체들로부터 공정성 시비는 피할 수 있겠지만 신공항 건설 자체가 타당한지를 살펴보는 공정성은 애초에 포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지방공항들의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매출액 8100억원, 영업이익 1800억원을 올린 한국공항공사는 탄탄한 공기업이다. 그러나 공사가 운영하는 14개의 지방공항 중 김포·김해·제주 공항을 제외한 11개 공항은 지난 5년간 한 번도 흑자를 내 본 적이 없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1~2015년) 11개 공항의 누적 적자액은 2987억9700만원이다. 적자폭은 2011년 560억원에서 2015년 617억원으로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도 일부 노선을 제외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국내선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평일엔 좌석을 거의 비워둔 채 운항하는 노선도 있다”며 “수익성만 놓고 보면 지방 노선은 대부분 줄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올 3월 국토교통부에 김포~광주 노선 중단 신청을 냈다. 올 9월부터는 이 노선이 폐지된다. 광주공항 적자액도 2011년 20억6500만원에서 2015년 30억5700만원으로 늘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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