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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판 ‘응답하라’ 열풍, 한국 오는 반항적인 ‘츤데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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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호 6 면

소리없이 강한 영화들이 있다. 지난달 11일 개봉한 영화 ‘나의 소녀시대’도 그 중 하나다. 하루 1만, 2만, 3만 명으로 1일 최다 관객을 갱신하더니 2일까지 누적관객 32만 명을 넘어섰다. 역대 국내 개봉한 대만 영화 중 최고 성적이다. 이전까지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이 지난해 재개봉 성적을 포함해 관객 15만명을 모은 것이 최고 흥행 기록이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 등 우리가 교복 입은 대만 하이틴 멜로 영화에 유독 약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단연 남자 주인공 쉬타이위 역할을 맡은 왕다루(王大陸ㆍ25)의 매력을 꼽는다. 지난해 여름 대만에서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세운 이후 중국ㆍ홍콩ㆍ싱가포르 등 개봉하는 곳마다 새로운 팬덤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선도부 명찰을 차고 학교를 지키는 일고 짱으로서의 거친 면모와 이승기와 황치열을 섞어놓은 듯한 장난기 어린 외모가 상반된 매력을 동시에 뿜어낸다.


전형적인 순정만화 공식에 대만판 ‘응답하라’ 시리즈가 더해진 느낌의 스토리는 왕다루의 매력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류더화 마누라’를 꿈꾸는 소녀 린전신(쑹윈화)은 행운의 편지를 받고 다음 타자를 고민하다 짝사랑하는 엄친아 오우양(리위시)과 사이가 안 좋은 쉬타이위의 가방에 숨겨놓는다. 범인을 찾은 쉬타이위가 린전신에게 친구 하자며 온갖 심부름을 시킬 때는 ‘꽃보다 남자’의 츠카사를 닮았고, 겉으로는 무심한 듯 하지만 위험한 상황이 닥칠 때면 언제나 나타나서 해결해줄 때는 ‘응답하라 1988’의 정환이를 닮았다. 거기에 한 번 약속한 말은 반드시 지키는 의리와 책임감이라니, 한 마디로 극중 대사처럼 멋있는 ‘츤데레(무뚝뚝해 보이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인 셈이다.


다소 유치할 수 있는 장면들은 추억의 힘이 상쇄한다. 반복되는 야근과 사랑 없는 연애에 지친 커리어우먼 린전신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멘트를 따라 1994년 학창시절을 회상하는 형식인 만큼 익숙하면서도 친근한 복고 코드에 몸이 절로 반응하게 된다. 교복 입은 채로 담을 넘어 땡땡이를 친다거나 신나는 디스코 음악에 맞춰 롤러장에서 다리를 놀리는 장면은 타이페이가 아닌 서울이라 해도 이질감이 없을 만큼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덕분이다.


2008년 광고로 데뷔해 청춘드라마 ‘벽력MIT’ 등에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왕다루는 데뷔 7년 만에 주연을 맡은 것에 대해 홍콩 매거진 MR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마다 자신의 운명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는 일생동안 한두 가지 배역을 기다리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행운에 실력을 더해 반드시 그 역할을 쟁취해야 하죠. 그래야만 모두에게 그 역할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고, 성공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실제 그의 학창시절은 쉬타이위와 오우양을 합친 듯한 성격이었다고.


‘나의 소녀시대’를 시작으로 그는 이름 그대로 대륙에 진출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맨틱코미디 ‘이십팔세미성년’이 지난 1월 중국에서 개봉했고, 청룽ㆍ타오 등과 함께 찍은 액션 영화 ‘철도비호’가 10월 개봉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상하이에서 판타지 로맨스 영화 ‘교주전’의 촬영이 한창이다.


평소 “한국의 박신혜ㆍ이민호의 팬”이라고 밝혀온 왕다루는 한국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촬영 일정을 쪼개 5~6일 이틀간 방한한다. “여러분을 만나러 한국에 가요 저의 소식을 네이버 V앱 무비채널에서 알 수 있으니 관심 가져주세요”라고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전한 그를 직접 보고 싶다면 5일에는 CGV 영등포ㆍ여의도, 6일에는 CGV 대학로ㆍ신촌ㆍ홍대의 무대인사 스케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사진 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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