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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不由經 -행불유경-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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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호 29면

호행소혜(好行小慧)라는 말이 있다. 얄팍한 꾀를 쓰기 좋아한다는 뜻이다. 그 꾀가 얄팍한 것이다 보니 좋을 리가 없다. 대개는 옳지 못한 것이다.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이다. “뭇사람이 함께 어울려 있으면서 하루 종일 옳은 일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이 사리사욕을 위한 얄팍한 꾀를 쓰기만을 좋아한다면 이보다 더 위험한 일이 있겠는가(?居終日 言不及義 好行小慧 難矣哉)”. 함께 몰려 있으면서 하루 종일 사리사욕만 생각한다는 말에 문득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우리 국회다. 민의(民意)의 전당이라는 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이제는 당리당략에만 골몰하는 곳으로 인식될 정도로 명예가 실추됐다.


그런 우리의 제20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출범했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가 뽑은 의원들이다. 국회가 잘 돼야 나라가 잘 될 것이다. 그런 마음에서 새 출발을 하는 우리 의원들에게 역시 『논어』 옹야(雍也)편에 나오는 성어인 ‘행불유경(行不由徑)’을 권하고 싶다. 이는 지름길이나 뒤안길을 취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큰길로 나아 간다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군자 대로행(君子大路行)’에 해당하는 말이다. 하루는 공자가 무성(武城) 고을의 관리가 된 제자 자유(子游)를 만났다. 공자는 자유에게 일을 잘 하려면 옆에서 도와줄 훌륭한 일꾼이 필요한데 그런 인물을 얻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자유는 “예, 성은 담대(譚臺) 이름은 멸명(滅明)이란 사람이 있는데 그는 다닐 때는 지름길로 가지 않고(行不由徑) 공무가 아니면 제 방에 들어오는 일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공자가 흡족해한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서 지름길, 즉 샛길로 다니지 않는다는 행불유경이란 말이 나왔다.


떳떳하게 일 처리를 하는 사람은 남에게 부끄러워할 일이 없으니 천하의 대도(大道)를 걷는다. 그러나 자신을 뽑아준 민심은 곧바로 잊어버린 채 당리당략과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소인배는 샛길로 다니며 편법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이 경우 한두 번은 뭇사람의 눈을 속일 수는 있겠지만 세상을 완전히 기만할 수는 없는 법으로 얼마 안가 탈이 나게끔 돼 있다. 부디 행불유경의 교훈을 새겨 공명정대한 행동으로 달라진 20대 국회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부탁하는 바다.


유상철논설위원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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