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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82호 35면

파리 오르세 박물관 서점에 진열된 피에르 보나르의 작품집『Pierre Bonnard, les jardins』

서늘한 색조에 아랍풍 무늬를 새긴 하늘하늘한 치마, 이끼 낀 정원을 연상시키는 싱그러운 풍경을 담은 티셔츠로 연출한 산책 패션.

과일을 줍는 아이들, 아름답게 차려입은 여인들, 야외에 놓인 식탁 위의 과일 바구니, 빛을 먹어 반짝이는 나뭇잎. 피에르 보나르의 회고전에서 심장 박동이 빨라질 줄은 몰랐다. 화폭에 옮겨진 남프랑스의 정원 풍경을 보는 순간‘비밀의 정원’이라고 이름 붙인 내 안의 안식처가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세계명작선을 읽는 것이 유행이던 한때 『비밀의 화원』이라는 동화를 읽고 마음속에 나만의 정원을 키우기 시작했다. 폐허가 된 뜰이 꿈의 화원으로 되살아난 마법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기분이 좋으면 꽃도 심고피곤하면 정원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벽돌집으로 들어가 창문 옆 침대에 누워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잠이 드는 상상에 잠기곤 했다. 스며드는 빛. 나른한 여름날. 수채화 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싶다.


김은정 ?‘엘르’‘마리 끌레르’ 패션 디렉터와 ‘마담 휘가로’ 편집장을 거쳐 샤넬 홍보부장으로 일했다.『Leaving Living Loving』『옷 이야기』를 썼고 현재 홍콩에 살며 패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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