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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옥시, 흡입독성 지적한 해외 보고서 은폐"…홈플러스·롯데마트 전 CEO 소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해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전 최고경영자들이 3일 검찰에 소환됐다.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살균제 유해성을 지적한 해외 실험보고서들을 은폐했던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이승한(70) 전 홈플러스 회장과 이철우(73) 전 롯데마트 대표를 피고소ㆍ피고발인 신분으로 이날 조사했다. 이 전 회장은 문제의 가습기 청정제가 개발 판매되던 2004~2011년 홈플러스의 사장과 회장을 지냈다. 이 전 대표는 2006~2011년 마트사업본부와 백화점사업본부 대표 등으로 있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제품 개발과 출시 과정을 보고 받았는지 등을 조사했다. 두 회사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베껴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옥시처럼 독성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살균제 성분으로 함유됐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각각 28명(사망 12명)과 46명(사망 16명)의 사상자를 냈다.

한편 옥시가 해외 연구소에 가습기 살균제 독성 실험을 의뢰한 뒤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은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발표하자 이듬해 미국의 3개 업체와 인도의 업체 등 총 4곳에 독성 실험을 맡겼다. 옥시는 이 보고서의 존재를 숨겨오다 최근 검찰 요청에 따라 이 중 3개 업체에서 받은 실험보고서를 임의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보고서들은 모두 PHMG에 흡입독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옥시가 불리하니까 이 보고서들을 감춘 것 같다”고 말했다. 옥시가 해당 보고서들을 은폐했을 때는 거라브 제인(47ㆍ인도) 전 대표 시절이었다.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제인 전 대표는 검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제인 전 대표는 현지를 방문한 한 언론사에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수사기관에 최대한 협조를 하고 싶지만 한국의 현 상황에 비춰볼 때 입국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다음주 제인 전 대표에게 e메일로 질의 사항을 보낼 예정이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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