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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 매력분석기 “뭣이 중한지도 모르고!”

TONG

입력

업데이트

한국과 일본의 국가대표급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달 24일 개막했습니다. 한쪽 다리를 반대쪽 무릎 위에 올리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은 고대 불교미술의 정수로 꼽히는데요. 좀처럼 성사되기 힘든 세기의 만남이라는 소문을 듣고 통이도 한번 가봤습니다.

스펙 비교

교과서에서 배운 국보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조심스럽게 들어간 전시실은 칠흑 같이 어두웠습니다. 근래에 있었던 여러 전시 중 역대급으로 조도가 낮은 듯했습니다. 어둠에 홍채가 열리기까지 한참 걸렸습니다. 전시실 왼편엔 주구사 상이, 오른편엔 국보 78호 상이 유리상자 안에 담겨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죠. 오로지 유리상자 상단 모서리에 설치된 조명이 전시실에 존재하는 빛의 전부였습니다. 통이는 이번 전시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뭣이 중헌디?? 뭣이 중한지도 모르고!) 중한 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 하나하나 짚어봤습니다.

놀란 점 하나!

두 불상의 크기가 확연히 차이가 났습니다. 모든 기사에선 두 불상의 사진을 나란히 보여줬기 때문에 수치로 적힌 규격은 실감하지 못했거든요. 그러나 금동반가사유상은 키는 물론 너비로도 아담한 반면, 주구사 목조반가사유상은 마치 키 큰 청년 같은 느낌이었답니다.(대좌에 발 받친 거 반칙!)

놀란 점 둘!

주구지 반가상은 롱다리였습니다! 얼굴도 작았습니다.(넘나 현대 꽃미남 비율인 것) 아스카인들이 21세기 후대인들의 취향을 짐작하고 미래지향적인 이상형을 조각한 걸까요. 상투에 못 구멍 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는 보관을 착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죠. 머리카락이 양 갈래로 늘어져 있는데(전문 용어로는 '수발·垂髮'입니다) 자세히 보면 C컬펌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유행은 돌고 도나 봅니다.

반면 금동반가사유상은 얼굴 크기만 봐서는 아동에 가까운 비율이었죠.(주구지상의 승리인가요…) V라인보다는 U라인에 가까워 보톡스 유혹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독특한 장식의 화려한 보관도 눈에 띕니다. 복스러운 얼굴을 커버하기 위함일까요. 그렇다면 성공! 머리 뒤꼭지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지금은 사라진 광배를 꽂았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는 "주구지 반가상의 얼굴은 78호상 보다 훨씬 노숙하다. 우리의 금동반가유상이 10대 중반 이전의 소년 얼굴이라면, 일본의 반가상은 20대 중반 이후 청년의 얼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78호상은 어깨와 가슴, 허리가 좁은 데 비해 일본의 주구지상은 어깨도 넓고 팔의 굵기나 길이도 긴 것이 성인 남성을 모델로 했다는 거죠. 강 교수는 “78호는 중국 남북조시대 동위-수에 걸친 조각을 기반으로 한국에서 발달시킨 반가상이라면, 주구지 반가상은 수-당대 조각의 감성에 한국 반가상의 영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합니다.

78호상은 몸을 살짝 구부리고 있는 옆모습이 무척 아름답죠. 가느다랗고 매끄러운 팔과 손목에는 팔찌를 매치했습니다.(금동이 액세서리 좋아하는 편?) 하늘하늘한 플레어스커트와 허리와 어깨, 머리 아래로 곱게 매듭지어진 리본끈까지 패셔니스타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주구지상은 과감하게 웃통을 벗었습니다. 군살 없이 매끈한 몸을 보면 그럴 만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멋쟁이들은 선탠을 즐기죠. 까만 피부가 매력적입니다. 멋진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은 단 하나, 굵은 주름이 인상적인 플리츠스커트를 멋스럽게 소화하고 있습니다. (안영미 버전으로 '간디' 작살…) 요즘 트와이스, 아이오아이 등 걸그룹들이 반가사유상 패션을 따라한 건가요. 주구지상은 시대를 앞서간 패셔니스타네요.

두 불상 모두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CGV 미소지기인줄…) 금동반가사유상은 입을 다문채로 미소를 살짝 머금고 있죠. 빛이 비치는 방향이나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표정이나 미소가 달리 보이기도 합니다. 반면 주구지 반가상은 입을 약간 벌린 채로 보일 듯 말듯한 미소를 띄고 있습니다.

놀란 점 셋!

다소 어두운 조명 아래의 주구사 목조반가사유상.(가운데) 맞은편의 금동반가사유상이 주구사 목조반가사유상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사진으로 봤을 땐 비율로 보나 뭘로 보나 주구사 불상이 더 매력적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조그마한 금동반가사유상 쪽으로 눈길이 쏠렸습니다.(78호는 정말 예뻤어!) 우리 걸 더 돋보이게 하려고 중앙박물관 측이 금동반가사유상에만 조명을 환하게 쏜 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죠. 알고 보니 주구지상은 온도와 습도에 취약한 나무상이라 일본 측에서 조도를 낮춰 전시해달라고 요청했답니다. 그래서 금동반가사유상 보다는 조명빨(!)이 약했던 거죠.

민병찬 학예연구실장은 “흑칠을 한 터라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기 때문에 같은 조명을 쏘아도 약해 보일 수밖에 없다. 대신 두 상의 크기 차이가 약간 덜해 보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주구지상도 금동으로 만든 상이었다면 목조에 흑칠이 된 지금 보다 훨씬 더 커보였을 거라는 말입니다.

놀란 점 넷!

통이는 이번 전시를 보면서 얼마 전에 열렸던 ‘멍 때리기 대회’가 생각나기도 했는데요.(크러쉬 우승 축하해요! 한일 반가사유상 내년 ‘멍 때리기 대회’ 홍보모델 콜?) 하지만 전문가들에 의하면 반가사유상의 '사유'를 멍때리기에 비교한 건 오해랍니다. 멍때리기는 아무 생각도 안 하며 뇌를 비우는 행위인 반면, 사유상은 고도의 철학적 사유를 하는 모습이니까요.


반가사유상의 사유란 강 교수에 따르면 "불타가 되기 위한 단계로서의 인식에 도달하기 위한 고도의 철학적 과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각계 지도자들 반가사유상 따라하기 열풍 예고? 마크 저커버그 보고 있나?)

통이도 반가사유상을 닮아보려고 시도해봤습니다. 저 자세를 따라한 결과 몇 분 안에 다리가 저리가 시작했… 절대 따라할 수 없습니다.(좌절) 몸도 유연하고 참을성도 좋아야 사유의 털 끝에라도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 말고도 반가사유상의 매력을 이야기하려면 시리즈로 써도 모자랄 판입니다만, 여기까지 할게요. 지금까지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매력을 파헤쳐봤습니다. 여러분의 눈에는 누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나요?

이번 전시는 단 3주 동안 휴관일 없이 열립니다. 한국 전시가 끝나면 두 반가사유상은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국립박물관에서 다시 관객을 맞이합니다. 우리 모두 비행기 탈 돈 없으니 더 늦기 전에 얼른 관람하기로 해요. 조세호씨, 두번 다시 못 볼 기횐데 왜 안 오셨어요?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전

일시

5.24(화)~6.12(일), 전시기간 중 휴관일 없음

장소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관람료

무료

글=이경희·한은정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오종택 기자
그래픽=양리혜 기자 yang.rihye@joongang.co.kr
영상=전민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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