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 볼 때마다 인증샷…시시콜콜 자랑 'ㅇㅈ세대'

중앙일보

입력 2016.06.01 01:50

업데이트 2016.06.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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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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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의 청춘 세대는 역사상 가장 자존감이 떨어진 이들입니다. 연애·결혼·출산 등 최소한의 삶의 조건조차 충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30 세대는 지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통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매일 SNS상에 사진과 글을 올리며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그러니까 SNS에 넘쳐나는 각종 인증샷은 최소한의 인정을 욕망하는 요즘 청춘들의 최후의 몸부림인 것입니다. 인정을 인증하려는 청춘의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아, OO이는 오늘 아침은 시리얼과 방울토마토를 먹었구나. 지금은 카페에서 잡지를 보며 시간을 떼우는 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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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인 류준상(28)씨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그가 오늘 하루 무엇을 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류씨는 그날그날의 일상을 늘 인스타그램에 남긴다. 어떤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하트를 눌렀는지도 수시로 체크한다.

류씨는 2년 전 유학 차 미국에 있을 때부터 인스타그램으로 ‘인증’을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을 주로 하는 외국인 친구들과 사귀어 그들과 찍은 사진을 한국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요즘엔 좋은 장소나 물건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자주 못보는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용도로 SNS를 활용하고 있다. 물론 그 안에는 ‘나 잘 살고 있다’ 자랑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스타그램은 내가 컴퓨터 게임보다도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종의 ‘놀이’”라고 표현했다.

| 현실서 드러내지 못한 개성
디지털 공간서 자유롭게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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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회.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20대 남녀 4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일일 평균 SNS ‘인증글’ 업데이트 횟수다. 인증글이란 음식·쇼핑·영화 관람 등 일상생활의 경험을 사진과 텍스트 등의 수단으로 SNS에 기록하는 걸 말한다. 이들은 하루 동안 자신이 뭘 먹었는지, 누굴 만났는지, 어디를 갔는지 등 시시콜콜한 일상을 SNS에 ‘인증’한다. 그 안에는 각자의 개성과 취향 등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인증을 통해 ‘인정’을 받으려는 청년들을 ‘ㅇㅈ(인정)세대’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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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밤에 눈을 감는 순간까지 ‘ㅇㅈ세대’들은 스마트폰으로 틈틈이 인증할 타이밍을 노린다. 이러한 인증 행렬에는 일반인·연예인 할 것 없이 모두 동참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어떤 종류의 글을 올리느냐에 따라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내 SNS 계정을 구독하려는 팔로어 수가 순식간에 늘어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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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25.6%는 ‘SNS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 받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고 답했다. 25.4%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인증 사진을 찍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증글을 올리는 이유는 ‘나중에 다시 보면서 추억하기 위해’(41.5%), 기록을 남겨야 할 것 같아서(22.9%),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14.6%) 등의 답변이 많았다. 가장 인증하고 싶은 순간은 생일·기념일같은 특별한 순간이나 분위기 좋은 장소에 왔을 때, 유명한 가수의 공연을 봤을 때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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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 여행 겸 한 달째 체류 중인 안솔(26)씨도 대표적인 ‘ㅇㅈ세대’다. 안씨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페이지 등 3개의 SNS 계정을 관리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주로 여행 수기와 직접 그린 그림을 올리고 인스타그램에는 친구들과 찍은 셀카 등 더 사사로운 일상을 담는다. ‘그림 그리는 일’을 하는 게 목표인 안씨는 SNS를 타인에게 보여주는 일종의 ‘포트폴리오’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누군가는 SNS를 인생의 낭비라고 하지만 SNS만큼 유용한 자기 홍보 수단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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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에서 피트니스 트레이너로 일하는 장권준(30)씨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 늘 ‘#일상스타그램’을 걸어놓는다. 그만큼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까지 가감없이 기록한다. 지난달 30일에는 ‘공과금이 너무 많이 나가 슬프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하는 와중에도 사진을 찍어 인증을 남긴다. 타국 생활 7년차인 장씨는 그동안 SNS를 통해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며 외로움을 해소해왔다. 장씨는 "인스타(그램) 할 때는 지인에게도 함부로 말하지 못한 생각이나 고민들을 보다 더 쉽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더해 사람들의 공감까지 얻으면 더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 개인적인 일상까지 가감없이 기록
20대 매일 SNS에 1건 이상 인증글

스마트폰의 편의성과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이 두 가지가 ‘ㅇㅈ세대’를 만들어 낸 원동력이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인증 문화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낸 디지털 세대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라며 "SNS에서는 현실에서처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불특정 다수에게 ‘나, 이런 사람이야’ 하며 자신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부에 밀려, 취업에 밀려 현실에선 드러내지 못한 자신의 개성을 모두에게 열려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만큼은 자유롭게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허모(29)씨는 "SNS 상에서 누군가에게 ‘멋지다’거나 ‘예쁘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오프라인에서는 친구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잘 안 해주기 때문이다”고 털어놨다. 취업준비생인 이모(24)씨는 "어떤 해시태그로 검색해도 내 게시글이 뜰 수 있도록 글을 올릴 때는 일단 해시태그를 무조건 많이 단다. 그래야 더 주목 받고 팔로어를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인증으로 인정받길 바라는’ 청춘들은 인정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는 걸 느낀다고 한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조사에서 청춘들이 가장 인정받고 싶어 하는 상대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또래 친구(36.6%), 본인(27.3%) 순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바라본 현실은 혹독했다. 응답자 중 45.9%는 ‘우리 사회가 인정에 관대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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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외 두려워 주목받는 것 선택?
도 넘는 인증샷엔 주변 눈살도

때로는 과도한 ‘인증’이 문제가 될 때도 있다. 최근 미술관이나 영화관 등에서는 인증샷을 찍는 ‘카메라 셔터’ 소리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미술관 관계자는 "종종 몇몇 관람객들이 사진 찍는 소리가 거슬린다고 항의를 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범죄의 영역을 건드리기도 한다. 지난 3월에는 대전에 사는 김모(28)씨가 국제멸종위기종인 ‘샴악어 사육 인증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도 있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청년들이 감시 당하는 두려움에 시달렸다면 요즘 청년들은 ‘소외’ 당하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외당하지 않고 ‘주목’을 받기 위해 2030 청년들은 SNS라는 창구를 선택했다. 전 교수는 "다른 방식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ㅇㅈ세대’의 트렌드는 또 한 번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상지·윤재영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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