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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서 43년…두 수녀 이야기, 인형극으로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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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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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들을 돌본 외국인 수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인형극을 배우들이 진행하고 있다. [사진 결사대]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43년간 한센인들을 돌본 외국인 수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인형극이 무대에 오른다. 문화 프로젝트 그룹 ‘결사대’는 31일 “제주시 삼도2동 간드락소극장에서 음악인형극 ‘아기사슴섬 천사들’을 공연한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출신 외국인 수녀
2005년까지 한센인 돌본 사연
문화 프로젝트 그룹 ‘결사대’
제주 간드락소극장서 3일 공연

‘아기사슴섬 천사들’은 모든 연령대의 관람객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공연시간은 50분이다. 20대 초반 3명의 의학도와 간호학도가 방학을 맞아 첫 의료실습봉사를 위해 우도를 찾았다가 배를 놓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과 음악·인형이 어우러져 타인과 더불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공연 일정은 6월 3일 오후 8시, 4일 오후 3시와 6시다. 관람료는 1인당 2만원이다.

인형극을 진행하는 결사대는 이번 공연을 위해 힘을 합친 예술인들의 모임이다. 연극 연출가와 배우·음악인·영화인 등 각각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7명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피아니스트 에이브(37·본명 이효종)의 제안으로 모여 공연을 준비했다. 에이브는 지난해 여름 우연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오스트리아 출신 마리안느 스퇴거(82)·마가렛 피사렛(81) 수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그는 매일 흉악하고 끔찍한 사건 소식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두 수녀가 1962년부터 2005년까지 43년간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한 사연에 감명받아 이들을 기리는 피아노곡 음반 ‘엄마와 바다’를 내기도 했다. 소록도 현지에서 직접 녹음한 바람·파도와 풀벌레 소리를 담은 ‘고향의 봄’과 직접 작곡한 ‘언젠가 다시 만나면’ 등 3곡이 수록돼 있다.

결사대의 멤버인 음반·공연 기획자 이재화(33·여)씨 등은 에이브를 통해 소록도 수녀들의 헌신에 감명받고 지난해 10월부터 짬을 내 인형극을 준비했다. 에이브는 인형극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연출은 인형극 ‘꿈꾸는 아이들’ 등을 제작해본 경험이 있는 최은미(33·여)씨가 맡았다. 제주 출신인 최씨와 인형극 배우 3명은 고향 사람들에게 두 수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공연 장소를 제주로 정했다. ‘아기사슴섬 천사들’은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개최 예정인 춘천인형극제에도 출품됐다.

에이브는 “문화 창작자들이 소록도의 할매들처럼 우린 무엇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시작된 작품”이라며 “인형극 ‘아기사슴섬 천사들’을 통해 두 수녀의 삶을 되돌아보며 누군가를 위한 사랑의 씨앗을 심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획을 맡은 이재화씨는 “사람들이 두 수녀의 삶을 되돌아보며 사랑과 봉사의 마음을 갖고 타인과 더불어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형극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마리안느 수녀는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지난 4월 한국을 찾은 뒤 소록도에 머물고 있다. 고흥군은 마리안느 수녀와 몸이 아파 방한하지 못한 마가렛 수녀에 대해 명예고흥군민증을 수여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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