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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로수길 맛있는 지도] 빈대떡 대신 프랑스 홍합찜 … 서울대 앞 강남 스타일 맛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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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통신이 ‘맛있는 골목’을 찾아 나섭니다. 오래된 맛집부터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주목받는 핫 플레이스까지 골목골목의 맛집을 해부합니다. 빼놓지 말고 꼭 가봐야 할 5곳의 맛집은 별도로 추렸습니다. 한 주가 맛있어지는 맛있는 지도, 이번 회는 서울대입구역의 명소로 떠오른 샤로수길(관악로 14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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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직장인 붐비는 서울대입구역 뒷골목
낮엔 평범한 시장, 밤엔 다국적 식당 불 밝혀
수제버거·비스트로·심야식당 등 한잔하기 딱

지난 5월 23일 오후 2시,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샤로수길이 있다는 관악로 14길을 찾아 150m쯤 걸었다. 엔제리너스 카페와 올리브영 사이에 있는 골목인데 한 번에 찾지 못하고 두세 번 헤매다 입구를 찾았다. 길 초입 벽에는 ‘서울대학교 정문의 샤와 가로수길을 패러디한 개성 있는 가게들이 모여있는 거리’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여기서부터 낙성대입구 교차로에 이르는 600m 남짓한 길. 여기가 요즘 서울대생 사이에 새로 떠오르는 아지트, 샤로수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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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입구에 있는 `샤` 조형물.

과거 서울대 대학촌을 상징하는 곳은 녹두거리였다. 수십 년 동안 그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대 경영학과 01학번 정동현(34)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싶으면 녹두거리에서 모였다”고 회상했다. 두꺼운 파전으로 유명한 ‘임꺽정’, 고시생들 사이에 유명했던 백반 파는 ‘왕갈비집’에서 싼값에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

허름한 식당과 24시간 PC방, 당구장이 밀집한 거리. 트렌드를 좇는 이들이 모이는 카페나 낭만적인 레스토랑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이 밤새 술값 걱정 없이 청춘을 얘기하기 좋은 거리였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서울대 주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샤로수길이라는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샤로수길에 퓨전 이탈리안 레스토랑 ‘모힝’을 낸 박태균(31) 대표는 “강남에서 직장을 다니는 3040 직장인이 이 근처에 많이 산다”고 말했다. 월세가 저렴한 서울대입구역 근처 빌라촌에 거주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청담동이나 가로수길에서 외식을 즐긴다. 박 대표는 “이 동네에 그들의 수준을 만족시켜줄 만한 맛집이 생기면 경쟁력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모힝을 시작으로 2~3년 전부터 샤로수길에는 하나둘 ‘강남 스타일’의 맛집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비스트로, 심야식당, 수제버거, 핸드드립 카페가 생겨났다.

샤로수길 끝에 위치한 카페 ‘벙커 컴퍼니’ 박승규 대표는 “이 집 커피가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대학생이나 인근 주민들 외에 외부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며 “제대로 된 맛집이라면 사람들은 어떤 동네든 찾아간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관악구청 홍보전산과 신현준 과장은 지난 3년간 이런 변화를 지켜봤다.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 같은 곳이 동네에 있으면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기존 상권까지 탄력을 받게 돼 있어요. 샤로수길이 꿈틀댈 때 구청 입장에서는 그 변화가 참 고마웠지요.” 신 과장의 설명이다. 구청은 지난해 샤로수길의 뜻을 설명하는 간판을 달고 샤로수길 바닥에 거리 이름도 새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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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샤로수길 골목길 풍경. 낮에는 조용한 거리가 밤이 되면 활기차게 바뀐다.

평일 낮엔 너무 한산해 … “밤에 오세요”

30도를 웃돌았던 지난달 23일 오후 2시. 샤로수길은 한산했다. SNS에서는 이미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 못지않게 ‘핫’한 동네로 소문이 났지만, 행인조차 뜸한 이 거리가 정말 샤로수길이 맞는지 의아해졌다. 골목 초입에 위치한 부동산 관계자는 “저녁에 다시 오라”고 말했다. 손님들이 밤에 주로 찾는 심야식당, 이자카야, 비스트로가 많은 거리라 낮에는 ‘별 볼 일 없는 주택가’라는 거다.

24일 오후 6시. 거리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달라졌다. 샤로수길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가게 주인들은 문을 열고 조명을 켰다. 아직 햇살이 남아 있었지만 상관없는 듯했다. 낮에는 밥집, 신발 가게, 호프집, 노래방만 눈에 들어왔던 허름한 골목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스페인 타파스부터 칠레 스테이크까지

샤로수길은 걸어서 둘러보는 데 15분이면 충분하다. 초입부터 끝까지 천천히 산책하듯 둘러보고 어디서 뭘 먹을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 이 길의 시작은 지하 1층에 위치한 스페인식 타파스 레스토랑 ‘모즈 타파스 라운지’와 같은 건물 2층에 있는 와인 파는 퓨전 레스토랑 모힝이다. 바로 그 옆에 프랑스식 홍합찜을 파는 ‘프랑스홍합찜’과 칠레식 스테이크, 우루과이식 햄버거 등 남미의 술과 음식을 파는 ‘수다메리까’가 같은 건물 1층에 나란히 있다. 지하에는 커리나 나베 같은 아시아식 안주를 곁들여 술을 마실 수 있는 ‘봉천예술관’이라는 소주 펍이 있다. 널찍한 실내에 화려한 가구와 소품이 있어 딱 보면 ‘예술가들의 놀이터’ 같은 분위기다. 같은 건물 2층에는 미국식 브런치를 파는 ‘루트 66’이 있다. 여기서는 미국 남부에서 파는 전통 요리도 맛볼 수 있다.

그다음 블록에 있는 ‘낭만싸롱’은 색색의 나뭇조각을 이어 붙인 유쾌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비비빅 맥주’ ‘꿈틀 맥주’ 같은 재미있는 이름의 술도 있다. 태국 음식을 파는 ‘방콕야시장’을 지나면 ‘뚜레쥬르’ 빵집을 기점으로 낙성대시장길로 진입한다. 이곳의 샐러드 전문 식당 ‘스윗밸런스’ 장지만 대표는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낙성대시장은 샤로수길에 포함되지 않는 시장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빨간 차양을 두르고 빨간 창문을 낸 맥줏집 ‘콩 펍’, 돌판에 구운 스테이크를 파는 ‘샤로스톤’, 심야식당 ‘키요이’, 수제버거를 파는 ‘더 멜팅팟’이 1~2년 새 생겨나며 길이 확장됐다. 이 길에는 태국식 숯불 바비큐 치킨을 파는 ‘반까이양 55’, 샐러드 전문점 ‘스윗밸런스’, 오믈렛을 파는 카페 같은 가게 ‘에그썸’이 있다.

24일 저녁 더 멜팅팟을 찾은 인근 주민 김은진(22)씨는 “주말이 되면 가로수길이나 이태원에 갔는데 요즘은 다른 동네 가지 않아도 된다”며 “다른 동네 사는 친구들이 샤로수길 어디가 맛있느냐고 물어보는 문자를 보내오면 은근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년 새 상가권리금 2~3배로 뛰어

샤로수길은 이걸로 끝이 아니다. 스윗밸런스를 기점으로 한 블록 남쪽으로 내려가면 제주도식 고기국수를 파는 ‘제주상회’, 예약제로 운영하는 고깃집 ‘제주솥뚜껑삼겹살’, 연어 요리를 파는 ‘연미랑’, 수제버거집 ‘나인온스’, 핸드드립 카페 ‘카페산다’, 로스팅 카페 벙커 컴퍼니가 밀집해 있다.

샤로수길에 위치한 한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초입 쪽 권리금은 2000만~3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2~3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아직 낙성대시장 안쪽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속도라면 샤로수길 전체가 비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벙커컴퍼니 박승규 대표는 “잠깐 반짝하고 떴다 지는 동네가 아니라 서울대생과 주민, 외부 사람이 맛과 분위기 때문에 찾아오는 진짜 동네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Tip 샤로수길 주변 즐기기

○즐길거리: 서울대 학생이 아니라면 근처 서울대 캠퍼스를 천천히 걸으면서 산책하는 것도 색다른 데이트가 될 수 있다. 서울대입구역 4번 출구에 위치한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고, 저녁을 샤로수길에서 먹는 게 가장 일반적인 코스다.

○주차: 아직 제대로 된 공영주차장은 없다. 관악구청에 유료주차하는 게 가장 저렴하고 편하다.

○피하면 좋은 날: 월요일엔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는다. 오후 5시까지는 한산하다. 저녁 시간 이후 가면 북적이는 샤로수길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샤로수길 대표 맛집

벙커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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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컴퍼니’는 동네 주민이나 서울대생보다 다른 동네에서 찾아온 손님이 더 많은 로스팅 카페다. 생두를 관리하고 유통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미국에서 큐그레이더(커피감별사)자격증을 취득한 박승규 대표가 진짜 커피 맛을 아는 매니어들이 모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박 대표가 좋아하는 군인풍의 카무플라주 문양, 철제 펜던트 조명, 철판으로 마감한 벽으로 꾸민 이곳은 지하에 위치해 진짜 ‘벙커’ 같다. 이곳에서는 콜롬비아·케냐·에티오
피아의 원두를 주로 쓴다. 신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 산미를 잘 살려 커피를 내린다. 보통은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브루잉(Brewing) 커피도 이곳에서는 원두 고유의 유질감을 살리기 위해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저압으로추출한다.

○ 대표 메뉴 :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5000원, 에스프레소와 롱블랙 커피 5000원
○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6시
○ 전화번호 : 070-4696-1500
○ 주소 : 관악구 관악로12길 105
○ 주차 : 불가

모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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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이탈리안 음식을 파는 비스트로 ‘모힝’은 이 근처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박태균 대표가 2012년 시작한 가게다. 박 대표는 “그때만 해도 여기서 파스타나 스테이크, 와인을 파는 집은 거의 없었다”고 회상했다. 가격 대비 합리적인 맛과 양, 신선한 식재료로 승부하는 모힝은 바 테이블부터 장식용 소품까지 박 대표가 하나하나 직접 꾸민 목가적인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층고가 높고 통창이 열리는 구조라 활기찬 샤로수길을 내려다보며 저녁 식사하기 좋다. 메뉴는 함박스테이크, 크림파스타, 해산물부추오일파스타 등 부담 없고 맛있는 음식이 많다. 술은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하우스 와인을 추천한다.

○ 대표 메뉴 : 지글지글 게살파스타 1만4000원, 비프 플랫브래드 2만3000원
○ 영업시간 : 오전 11시~새벽 1시
○ 전화번호 : 02-873-5164
○ 주소 : 관악구 남부순환로226길 36
○ 주차 : 불가

스윗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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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학과 출신의 장지만·이운성 대표가 교내 창업동아리에서 판매했던 샐러드에 아이디어를 더해 아예 샐러드 전문점을 차렸다. “외국에서는 샐러드를 부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메인 요리처럼 즐겨 먹어요. 우리나라에 그런 문화를 도입하고 싶었어요.” 장 대표의 설명이다. 메뉴는 샐러드와 클렌즈(해독) 주스가 중심이다.

채소로만 구성한 샐러드 ‘비건 볼’,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의 조화를 고려해 구성한 ‘밸런스 볼’, 여성들이 좋아하는 리코타 치즈나 과일 등 달콤한 재료로 만든 ‘스윗 볼’ 등 선택의 폭이 넓다. ‘찰떡궁합’ ‘멕시코남자 파리여자’ 같은 특이한 이름의 샐러드도 있다. 해독 주스는 케일·당근·사과·비트 등 신선한 재료로 만든다. 비트를 넣은 ‘눈동자 키스’, 사과와 시금치를 넣은 ‘녹색의 시작’ 같은 주스가 인기다.

○ 대표 메뉴 : 된장남 샐러드 8500원, 찰떡궁합 샐러드 9500원
○ 영업시간 : 오전 10시30분~오후 9시
○ 전화번호 : 02-883-3225
○ 주소 : 관악구 봉천동 1620-27
○ 주차 : 가게 앞 1대

라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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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식당 주인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맛집이다. 김정남 셰프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라멘을 제대로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다. 원목을 써서 따스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게 내부는 골목에 있는 여느 식당보다 널찍한 편이다. 이 집의 주력 메뉴는 일본 후쿠오카 지역의 명물
인 돈코츠라멘이다. 돼지 뼈를 오래 우려 진하고 깊은 국물을 내는 게 돈코츠라멘의 특징이다. 아삭한 숙주나물과 짭조름하고 쫄깃한 차슈, 시원한 파가 듬뿍 올려진 라멘이다.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간장 국물 베이스인 소유 라멘을 많이 찾는다. 라멘에 아사히 생맥주를 포함한 세트 메뉴도 있다.

○ 대표 메뉴 : 돈코츠라멘 6000원, 소유라멘 6000원, 돈코츠 미소라멘 7000원
○ 영업시간 :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일요일 휴무
○ 전화번호 : 02-871-6484
○ 주소 : 관악구 관악로14길 101
○ 주차 : 불가

수다메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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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간판에 노란색 글자, 내부를 가득 채운 노란색 벽에서 남미의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수다메리까란 남아메리카라는 뜻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곳은 남미의 국가별 대표 음식을 다양하게 판다. 축구전문기자 윤인섭?박효경 부부가 함께 남미 여행을 다녀
온 뒤 각각의 나라에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골라 이곳의 메뉴를 구성했다. 스지 토마토 소스 파스타, 남미식 고기만두 엠빠나다, 우루과이식 햄버거가 대표 메뉴다. 바르셀로나 맥주 ‘볼담’, 페루의 ‘잉카콜라’, 남미 전통 차‘마떼’, 차가운 마떼 ‘떼레레’ 등 이색 음료가 많다. 독특
한 콘셉트라 방문했다가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잘 맞는 남미 음식에 반해 단골이 된 손님도 많다.

○ 대표 메뉴 : 스지 토마토 소스 파스타 1만5000원, 남미식 고기만두 엠빠나다 1만2000원 ○ 영업시간 : 오후 5시~오후 12시, 매주 화요일, 둘째·넷째주 일요일 휴무
○ 전화번호 : 070-4521-9421
○ 주소 : 관악구 관악로14길 22
○ 주차 : 불가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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