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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왜 안 하나···한국 "경제적 부담" 일본 "행동 자유 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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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앙일보·닛케이 저출산 공동조사


한국과 일본은 저출산 닮은꼴이다. 2005년 한국(1.08명)과 일본(1.26명)은 나란히 최저 합계출산율을 기록했다. 중앙일보와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조사에서 양국의 젊은 층은 결혼과 육아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했다.

인구 5000만 지키자
같은 듯 다른 양국 20~40대 인식
“출산해도 일해야” 양국 모두 다수
“결혼 부담 느낀다” 한국이 압도적
“한국, 전셋값은 있어야 한다 생각
일본, 결혼 안 하려는 사회 분위기”

‘결혼하면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한국 62.4%, 일본 56.3%였다. 양쪽 모두 절반이 넘었다. ‘결혼에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한국은 결혼을 부담으로 여긴다는 응답(65.2%)이 그렇지 않다(28.4%)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일본도 부담(48.7%)이라는 응답자가 더 많았지만 그렇지 않다(36.3%)는 응답자와 비교할 때 차이가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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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일, 여자는 살림’이라는 전통적인 성 역할 고정관념에 대해 양국 젊은 층 모두 거부감을 보였다. 이런 고정관념에 대해 한국(57.5%)이 일본(41.1%)보다 반대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또 양국 모두 결혼·출산과 상관없이 여성이 직업을 계속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뤘다.

다소 관점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도 많았다. 결혼 의 장애물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행동의 자유 제약(55.3%)을 첫손에 꼽았지만 한국은 경제적인 부담(75%)을 들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 청년들은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고 싶지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결혼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공시생’ 편수진(30·부산시 동래구)씨가 그런 사례다. 편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4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편씨는 “결혼을 빨리하고 싶지만 경제적 여건이 안 되니 계속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한 다음 전셋값 정도는 모아야 하니 34세는 돼야 결혼할 것 같다”며 “아이를 둘 낳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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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의 원인에 대해서도 양국 젊은이들의 생각이 달랐다. 한국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다’(27.2%)는 점을 저출산 현상의 주범으로 꼽았지만 일본에서는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경향이 늘었다’(24.3%)는 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장시간 근로가 일반적인데 가정을 오롯이 도맡아 주는 전업주부 부인을 둔 남성에게나 맞는 직장”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특히 여성은 일과 가정을 동시에 꾸려 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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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송은성(38)씨는 6년 전 딸(12)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10년간 다닌 직장을 그만뒀다. 워킹맘으로 살던 시절 송씨는 친정엄마와 베이비시터의 합동 육아로 아이를 길렀다. 하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힘들어졌다.

송씨는 “업무량은 갈수록 많아지는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니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해졌다”며 “직장과 아이 둘 중 하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한국 젊은 층은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제도 지원(25.8%)을, 일본은 보육시설 등 아이를 믿고 맡길 환경(42.2%)을 손꼽았다. 구 교수는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등 노동시장의 남성 중심 관행을 깨기 위한 강력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이러한 가정친화정책을 펴는 기업이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기업 차원에서 아빠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식품바이어인 이준철(36)씨는 아들 서준(23개월)이를 돌보기 위해 지난해 10월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부인 손지현(32)씨가 먼저 1년간 육아휴직을 마친 뒤 복직하자 휴직계를 냈다.

이씨는 부인이 출근하고 나면 아들을 돌보고 청소·빨래 등 집안일도 한다. 이씨는 “ 육아휴직 하면 승진할 때 손해 보는 게 아닐까 걱정도 했는데 앞서 휴직한 동료들이 전혀 그렇지 않은 걸 보고 결심했다”며 “ 엄마만 찾고 아빠를 낯설어하던 아들이 지금은 뭘 해도 아빠를 먼저 찾는다”며 웃었다. 부인 손씨는 “남편이 아이를 봐 주니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다”며 “조만간 둘째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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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식품바이어 이준철(36)씨와 아들 서준(23개월)군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사내 커플인 부인이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하자마자 뒤이어 1년짜리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사진 오종택 기자]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황수연·정종훈 기자, 정소영 인턴기자(고려대 일문4)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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