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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하회마을 찾은 반기문 가까이서 지켜봤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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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하회마을 방문을 앞두고 첫 방문지인 양진당 앞에는 풍산류씨 문중 인사들과 주민·관광객 등 수백명이 태극기와 유엔기를 들고 일행을 기다렸다. 류왕근 하회마을보존회장은 "반 총장은 개인적으로도 하회마을과 인연이 오래됐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고려시대 반 총장의 선고모가 되는 반씨 할머니가 하회마을 풍산류씨 6세손과 결혼해 하회마을의 기반을 다졌다는 것. 류 회장은 "반 총장도 그런 인연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회마을 주민 30여 명은 유엔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반기문 총장 내외를 환영했다. 반 총장 내외는 먼저 서애 류성룡의 친형 겸암 류운룡의 고택인 양진당(보물 306호)을 방문해 고택을 둘러보며 류왕근 보존회장으로부터 마을 유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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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사무총장은 양진당을 거쳐 서애 류성룡의 고택인 충효당(보물 414호)의 앞뜰에서 주목으로 기념식수를 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오늘 식수하는 주목은 반 총장의 건승을 기원하는 마을 주민들의 마음과 뜻을 모았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류왕근 회장은 반 총장에게 "주목은 나무의 제왕으로 장수목"이라고 소개했다. 반 총장은 기념식수를 마친 뒤 바로 옆에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기념식수한 구상나무가 서 있는 걸 보고는 안내판을 자세히 읽었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며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직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유엔으로 초청해 여왕이 유엔 연설을 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반 총장은 알고 보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유엔에서 딱 두 차례 연설했는데 1950년과 그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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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당을 둘러본 반 총장은 방명록에 국문과 영문 두 가지로 소감을 정성스레 적었다. 그는 방명록에 '유서 깊은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충효당을 찾아 우리 민족에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신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 나가기를 빕니다'고 적었다. 영문 방명록은 사전에 준비가 돼 서명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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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당은 아침 일찍부터 반기문 총장 일행의 점심 준비로 바빴다. 이혜영(57) 종부는 "지난해 길사로 종부가 된 뒤 맞이하는 가장 큰 손님"이라며 "충효당에 내려오는 계란 반숙의 수란과 너비아니구이, 전복구이, 문어회, 대구포 보푸림, 탕평채 등을 특별히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종가의 내림음식으로 대부분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맑은 음식이다. 충효당 가운데 대청마루에 앉은 반기문 총장 부부와 김관용 경북도지사 부부 등 주빈 18명은 반가의 전통대로 모두 한 사람이 한 상씩인 '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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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 일행은 점심 식사 뒤 길 건너편 풍산그룹 류진 회장의 사저인 학록정사에서 하회탈춤(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을 관람했다. 이어 예정에 없이 급작스레 3㎞쯤 떨어진 경북도청 신청사로 이동했다. 반 총장은 한옥 스타일로 지은 도청의 대문 격인 솟을대문에서 방명록에 소감을 적었다. '역사와 문화의 전당 경북도청 개청을 축하드리며 300만 도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 드립니다.' 반 총장은 솟을대문에서 도청 건물을 바라본 뒤 기념식수를 했다. 경상북도가 인근 예천군에서 옮겨 온 수령 300년이 넘는 수고 20m의 적송이었다. 사회자는 "이 적송은 꿋꿋함과 절개, 의리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기념식수를 마친 반 총장은 경북도청을 찾은 관광객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하자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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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사진=경북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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