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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가공·관광 더해 요리하고 맛보는 ‘6차 산업’으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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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호 15면

지난달 22일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개장한 농촌형 테마파크 상하농원. [사진 매일유업]

아이들이 체험교실에서 치즈를 만들고 있다.

드넓게 펼쳐진 보리밭에 바람이 불자 연두색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보리밭 너머로는 젖소를 키우는 목장이 있다. 마치 유럽의 시골 농장을 옮겨온 듯하다. 매일유업이 지난달 22일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문을 연 ‘상하농원’이다. 9만311㎡(약 3만평) 부지에 농장과 체험·숙박시설 등을 모아놓은 농촌형 테마파크다. 상하농원의 콘셉트는 ‘짓다·놀다·먹다’다. 소비자가 직접 농작물을 키워보고, 요리하고, 맛보는 체험 공간이란 얘기다. 상하농원의 윤선중 경영전략팀장은 “대부분의 테마파크가 놀이기구 같은 즐길거리에 신경 쓴 것과 달리 이곳은 지역 먹거리를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너와지붕을 얹은 흙으로 만든 건물이 눈에 띈다. 나지막한 돌담도 쌓여 있다. 이곳은 간장이나 된장 같은 발효식품이 익어가는 공방이다. 빵과 햄, 과일 잼을 만드는 공방도 있다. 모두 고창 지역의 식재료를 이용해 만든다. 방문객은 공방을 자유롭게 오가며 가공식품을 만드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제조 특성상 위생 문제가 까다로운 수제햄 공방만 통유리를 통해 관람하도록 했다. 윤 팀장은 “요즘 소시지와 햄이 발암물질 첨가 논란을 겪고 있지만 공방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며 “국내산 돼지고기와 고창군 해리면의 천일염만 사용해 만든다”고 설명했다.


채소와 과일을 가꾸는 텃밭과 소시지·빵·치즈·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체험교실이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자녀와 함께 밀크빵 만들기에 나선 장서진(39·서울)씨는 “실제로 밀을 구경할 수 있고 밀가루 반죽부터 설거지까지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밀크빵이 오븐에서 익는 동안 체험교실 뒤편의 동물농장을 구경하면 된다. 이곳엔 미니돼지부터 송아지·산양·강아지 등 다양한 동물이 있다. 태어난 지 한 달 된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상하농원을 개장하기까지 7년5개월이 걸렸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뚝심으로 일군 사업이다. 초기엔 정부(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고창군)가 각각 50억원을 출자하고 매일유업이 100억원을 분담하기로 했다. 공사가 진행되자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김 회장은 제대로 된 테마파크를 만들기 위해 과감히 17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그는 지난달 개장 기념식에서 “농민과 함께 땅을 일구고 여기서 자란 신선한 농산물을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테마공원을 구상했다”며 “이를 통해 매일유업은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소비자는 건강한 먹거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화 전략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커피전문점 폴바셋. 70개 매장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한다.

상하농원을 찾은 날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를 만났다. 그는 김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씨티은행·UBS 등 외국계 금융사를 거쳐 2009년 매일유업 재경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 등을 거쳐 2014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김 대표는 “상하농원은 한국형 6차 산업으로 매일유업의 미래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6차 산업이란 단순 생산에 머물렀던 농업(1차 산업)에 가공(2차 산업)과 유통·서비스·관광(3차 산업)을 융합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한다는 개념이다. 상하농원이 벤치마킹한 일본 미에현의 모쿠모쿠 농장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다. 이곳은 1987년 소시지를 팔기 위해 새끼 돼지 경주와 축사 견학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후 식당과 온천탕 같은 휴양시설을 확대해 매년 50여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연간 매출은 600억원에 이른다.


김 대표는 “앞으로 상하농원은 농촌형 테마파크에 멈추지 않고 이곳에서 생산하는 유제품과 수제 식료품을 아우르는 하나의 브랜드로 키워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중국·일본 등 해외 관광객까지 유치해 매일유업의 건강한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노력이 매일유업뿐 아니라 지역 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지역상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매일유업의 사업다각화가 빛을 발하고 있다. 저출산 여파로 우유 소비가 갈수록 줄고 있지만 매출은 꾸준하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5422억원으로 창립 이후 최대다. 조제분유 중국 수출이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해 중국 수출액은 3800만 달러로 3년 전보다 세 배 이상 성장했다. 중국 분유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에 이른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해 분유 수요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유아용품을 판매하는 제로투세븐도 중국에서 성장세가 뚜렷하다. 이곳은 김정완 회장의 동생인 김정민 회장이 이끄는 매일유업 자회사다. 2012년 국내 유아용품 선두였던 아가방컴퍼니를 제치고 1위로 올랐다. 중국엔 2007년 진출해 현재 29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사업도 한몫했다. 특히 2009년 선보인 커피전문점 폴 바셋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기준 70개 매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484억원에 이른다. 1년 전보다 70% 늘었다. 비결은 품질이다. 고급 원두는 기본이고 전체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전문 바리스타만 고용한다. 커피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증시 전문가는 매일유업의 이익이 꾸준하게 늘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갈수록 수요가 주는 백색우유를 대신해 치즈·컵커피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면서 올해 영업이익은 56.7%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창=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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