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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삼성전자에 특허 소송으로 도발한 중국 화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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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삼성전자가 중국 기업에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당했다. 소송을 제기한 화웨이는 통신장비 시장에선 세계 1위, 스마트폰 부문에서 애플·삼성전자에 이어 3위다. 화웨이는 중국 최고의 기술기업으로 꼽히지만 통신장비에선 범용 부문을 석권하고, 휴대전화도 중국 국내시장 판매가 대부분이고 선진시장 점유율은 1% 안팎이다.

삼성전자 측은 “화웨이가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11개 특허가 뭔지 알아보는 중”이라며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표준특허 침해는 디자인 특허와 달리 명확히 가려지는 분야다. 그런데도 화웨이 측 관계자는 소송 제기 직후 “협상으로 해결하는 게 좋다”고 말하는 등 벌써 협상 가능성을 제시한다. 시장전문가들은 이런 점에서 이번 소송이 자기 특허권을 보호하려는 것보다 삼성과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라이선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으로 본다.

오히려 중국 시장 전문가들은 소송 자체가 아니라 화웨이의 ‘새로운 기법’에 주목한다.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는 ‘특허 핵우산론’을 주창하며, 자신들도 특허 출원을 쏟아내는 한편으론 글로벌 기업과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어 다른 기업 특허권 활용자격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 지난해엔 에릭슨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벌여 화해하는 등 적극적 소송전략을 구사한다. 소송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이미지에 흠집을 내면서 기술을 공유하도록 위협하는 화웨이 방식은 중국기업들이 기술 열위와 글로벌 업체들의 기술견제를 극복하며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새 기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소송에 ‘추월을 위한 선전포고’ ‘기술 저자세를 버리고 권리를 주장하라’는 등 공격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중국은 ‘시장이 깡패’다. 큰 시장규모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도 눈치를 본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기술전쟁이 아니라 기술과 품질 우위로 세계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졌다. 이제 큰 시장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 기업들과의 효율적인 경쟁 및 협력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