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경유값 인상은 미봉책…미세먼지 종합대책 새로 짜라

중앙일보

입력 2016.05.25 18:55

업데이트 2016.05.2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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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미세먼지는 인내할 수도 방치할 수도 없는 수준에 달했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최근 국무회의에서 주문하고 나선 배경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어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미세먼지 종합대책 회의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머리를 맞대기도 전에 돌연 취소됐다. 부처 간 이견을 사전 조정하지 못하면서다.

파행은 예고돼 있었다. 환경부가 현재 휘발유값 대비 85%로 맞춰져 있는 경유값을 올리자는 방안부터 덜컥 내놓았는데,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여기에 제동을 건 것이다. 환경부는 경유값을 올리면 자동차 미세먼지의 70%를 차지하는 디젤차량의 운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단세포적으로 생각하면 맞는 얘기다.

하지만 미세먼지 종합대책의 카드로 경유값 인상부터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세먼지 해소 대책이 곁길로 샐 수 있어서다. 수시로 한반도를 회색빛으로 뒤덮는 미세먼지는 대기순환을 통해 중국에서 유입되는 부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대책은 이 부분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환경부가 2013년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마련해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를 열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국내 차원에서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산업시설과 발전소, 디젤차량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질소산화물을 줄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무턱대고 경유값을 올리는 것은 ‘양날의 칼’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최대 원인인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경유값부터 올리면 물류비용 상승과 소비자물가 인상을 촉발할 수 있다. 정부가 보조금까지 줘가면서 디젤차 사용을 부추기더니 돌연 경유값을 올린다면 디젤차 운전자는 물론이고 봉고차 한 대 달랑 몰고 다니는 영세 자영업자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경유값은 산업 경쟁력과 관계가 밀접하다. 그래서 나라마다 산업구조에 따라 정책이 달라진다. 제조업 비중이 낮은 영국은 휘발유값 대비 경유값이 101%에 달한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디젤엔진이 질소산화물을 배출함에도 불구하고 휘발유값 대비 경유값이 한국과 같은 수준인 85%를 유지하고 있다. 그 대신 일본은 근본적인 대책을 통해 문제를 극복해 왔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차단하는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발하고 환경감시 시스템을 철저하게 구축해 ‘클린 재팬’을 만들어 냈다. 일본이 산업시설 주변에 인공연못을 만들어 물고기를 키우는 것도 이런 자신감의 표출이다.

우리도 지속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순위도 세심하게 조정해야 한다. 경유값 인상에 앞서 10년 이상 된 노후 디젤차부터 하루빨리 도태시키는 게 중요하다. 또 국내 디젤 상용차에 설치됐지만 유명무실해진 질소산화물 저감장치 감독을 강화하고 산업시설의 오염물질 배출 차단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경유값 인상을 성역으로 둘 이유는 없지만 대통령 보고를 위해 졸속 대책을 만들어선 부작용만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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