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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안 돼" 애꿎은 차량에 스트레스 푼 호프집 주인…합의금 1600만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월 8일 오전 4시30분쯤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의 한 주택가. 집 근처에 다다른 오모(36)씨는 택시에서 내려 길 가에 놓인 1m 길이의 쇠파이프를 주워들었다.

1년 6개월 전 안양에 차린 호프집의 영업이 신통치 않아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는 술을 찾는 날이 잦았다. 이날도 스트레스를 풀려 술을 마신 상태였다. 푸른 색 점퍼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 쓴 오씨는 비틀비틀 걸으며 주차된 차량 쪽으로 다가갔다. 갑자기 이모(54)씨의 벤츠 승용차를 포함해 7대 차량의 앞·뒷문을 쇠파이프로 '쭉' 긁어 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거주지인 A아파트에서 100m 떨어지지도 않은 곳이다. 이씨는 쇠파이프를 버리고 아파트 쪽문으로 사라졌다.

앞서 오씨는 지난 2월 26일 오전 5시쯤에도 금정동 주택가에 주차된 정모(45)씨의 K5 승용차 등 5대의 차량 앞·뒷문을 긁은 바 있다. 당시에는 갖고 있던 안양 호프집 열쇠를 사용했다.

하지만 오씨는 '주차한 차량의 앞·뒷문이 긁혀 있다'는 신고에 결국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신고 현장 주변에 설치된 100여대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오씨를 검거했다.

오씨는 경찰조사에서 "장사가 잘 안 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범행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는데 차를 긁으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11명의 차주에게 피해보상금 등으로 1600만원을 물어줘야 했다. 차주 한 명과는 아직 합의가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차량 긁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보험으로 처리하려 한다"며 "추가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경기 군포경찰서는 재물손괴 혐의로 오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군포=김민욱기자 kim.minwook@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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