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표정·동작·맥박까지 감지…치매 노인 돌보는 가정용 로봇

중앙일보

입력 2016.05.24 02:30

업데이트 2016.05.2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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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강남치매지원센터 내 강의실. 의자에 앉아 있는 노인 다섯 명 앞에 서 있던 1m40㎝ 정도의 어린이 키만 한 로봇이 말을 했다.

이화여대 “4년 내 200만원대 개발”
환자 일상생활 돕고 감정 교류
증세 악화 땐 보호자·119에 연락

“제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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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로봇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몸통과 팔을 흔드는 율동도 선보였다. 노인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노래를 따라 부르게 만든 것은 치매 예방 로봇 ‘실벗(사진)’이다. 5년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삼성서울병원·이화여대 등이 공동 개발한 실벗은 치매지원센터·병원 등 국내외 기관 10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머지않아 치매 환자의 집에서도 실벗을 볼 수 있게 된다.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 김건하 교수 연구팀은 “치매 치료를 돕는 가정용 로봇 ‘미니 실벗’(가칭) 개발에 들어갔다”고 23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로봇 산업융합 핵심기술 개발사업’에 선정됐다. 4년간 총 59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개발에는 이화여대를 중심으로 성균관대·포스텍·오클랜드대(뉴질랜드) 등 세 학교와 KIST가 설립한 벤처기업 로봇케어 등이 참여한다.

기존 실벗의 3분의 1 크기로 제작되는 미니 실벗은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을 돕고 감정 교류가 가능하게끔 설계된다. 몸통에 있는 카메라와 센서, 환자가 착용하는 스마트 밴드 등으로 환자의 표정·동작·맥박 수 등을 감지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기능을 갖추게 된다. 환자의 감정이 불안하다고 판단되면 정서 안정에 좋은 음악을 틀거나 명상을 돕는 등의 해결책을 찾는다. 환자의 증세가 급속도로 악화되면 바로 보호자나 119에 알린다. 모든 기록은 빅데이터로 저장된다.

2020년에 개발을 마치고 1년 뒤부터 상용화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 연구팀의 목표다. 미니 실벗 한 대당 가격은 200만원 이하로 잡고 있다. 연구팀은 미니 실벗 시제품이 완성되면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건하 교수는 “임상시험은 미니 실벗을 사용한 치매 환자들의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분기별로 분석해 로봇의 효용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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