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만큼 커진 친노, 대선 앞두고 분화 조짐

중앙일보

입력 2016.05.24 02:05

업데이트 2016.05.2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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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을) 당선자는 23일 “영춘이가 부산에서 좌장을 하고, 내는 아덜(아이들)을 챙기고…”라고 말하다가 “아, 이제 ‘의원들’이지…”라며 껄껄 웃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영춘이’는 같은 당 김영춘 의원을 말한다.

20대 국회 노무현 청와대 출신 21명
다수는 문재인계 속해 있지만
김종민·정재호 ‘안희정의 남자’로
박원순·손학규계도 새로 생겨

20대 국회 개원을 앞둔 더민주에선 ‘형’ ‘○○이’ 같은 말이 많이 들린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2003~2008년)에 대거 입성한 30~40대 학생·시민운동 출신들은 그런 호칭을 일상적으로 썼다. 당시 “청와대에서 ‘형’이라는 말을 쓰면 ‘어공(어쩌다 공무원) 이너서클’이고, 직함을 부르면 ‘늘공(늘상 공무원)’”이란 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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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봉하마을엔 청와대 출신 ‘어공’들이 대거 금배지를 예약하거나 단 채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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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에서 당선된 더민주 초선 57명 중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행정관을 지낸 인사는 11명이나 됐다. 초선 5명 중 한 명(19.3%)꼴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표의 고향인 부산·경남(PK) 출신 청와대 인사들이 약진했다. 당선자 8명 중 박재호·김경수(김해을)·최인호(부산 사하갑)·전재수(부산 북-강서갑) 당선자 등 4명이 청와대 출신이다. 강병원(서울 은평을)·고용진(서울 노원갑)·권칠승(화성병)·김종민(논산-계룡-금산)·정재호(고양을)·조승래(대전 유성갑)·황희(서울 양천갑) 당선자 등도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재선 이상과 전체 정치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21명에 달한다. 자체적으로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할 수 있는 규모다.

초대 비서실장 출신 문희상(6선·의정부갑) 의원은 국회의장을 노리고 있고 김현미(고양정)·전해철(안산 상록갑) 의원은 3선 고지에 올랐다. 윤후덕(파주갑)·박남춘(인천 남동갑)·박범계(대전 서을)·김경협(부천 원미갑)·서영교(서울 중랑갑) 의원은 재선에 성공했다. 국민의당 박주현(국민참여수석·비례)·정의당 김종대(국방보좌관실 행정관·비례) 당선자도 당시 청와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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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출신 인사만을 놓고 볼 때 역대 정부와 비교해 단연 강세다. 지난 총선에서 김대중 정부 청와대 출신은 10명(초선 7명), 박근혜·이명박 정부 청와대 출신은 각각 8명씩(초선 각 5·7명) 당선됐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출신 8명 중엔 조응천 더민주 당선자도 포함돼 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들은 다가올 대선을 앞두고 분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 다수는 문재인계다. 문 전 대표의 정무특보를 거친 권칠승 당선자의 경우 문 전 대표가 쓰던 의원회관 사무실(325호)도 물려받았다. 하지만 김종민·정재호·조승래 당선자는 ‘안희정의 남자’가 됐다. 황희 당선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대위 정책특보를 지냈고, 고용진 당선자는 손학규계로 분류된다.

노무현 청와대 출신들은 “한 대통령을 모셨던 정서적 공감은 있지만 친노로서 계파적 배타성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고용진 당선자는 “공천 때도 아무 계파의 지원 없이 경선을 통해 자력으로 올라왔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때 핵심 역할을 했던 한 인사는 “친노는 수장을 앞세운 계파가 아니라 ‘노무현 정신’을 공유한 가치집단”이라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문 전 대표가 왜 친노를 마음대로 못하느냐’고 하지만 이는 가치집단이라는 친노의 본성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검사·전문가 전진 배치=더민주 초선 당선자들을 분석한 결과 노무현 청와대 출신 다음으로 많은 숫자를 차지한 인맥이 법조인(8명)이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법조인 ‘수혈창구’가 변했다는 점이다. 법조 출신은 19대(11명)보다는 줄었지만 8명 중 4명이 검사(금태섭·백혜련·송기헌·조응천) 출신이었다. 19대 때는 국민의당으로 옮긴 임내현 의원이 유일했고 나머지는 문 전 대표를 비롯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권 말 사정정국을 염두에 둔 건 아니지만 ‘정통파’가 많아진 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출신은 눈에 띄게 줄었다. 초선 당선자 중 노동계 출신은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비례대표) 당선자 정도다. 대신 최운열(금융통화위원)·김정우(재정경제부 공무원)·유동수(공인회계사) 당선자 등 전문가 그룹과 김병관(정보기술)·박정(어학원)·손혜원(브랜딩) 당선자 등 기업 출신이 늘었다.

강태화·최선욱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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