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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주스·분유와 약 함께 먹이면 안 좋아…남은 감기약은 버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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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네 살 아들을 둔 워킹맘입니다. 미국에선 부모가 약을 잘못 먹여 병원을 찾는 영·유아가 연간 7만여 명이나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이에게 약을 먹일 때마다 걱정이 앞섭니다.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주세요.

A. 어른에겐 해가되지 않는 적은 양의 약물도 아이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소화기관이 성숙하지 않은 데다 해독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약과 주스를 같이 먹이는 겁니다. 주스는 산도가 높아 약물을 산성으로 만들어 약효를 낮추거나 높일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약은 주스와 같이 먹으면 혈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돌 전후 아이에게 분유에 약을 타서 먹이는 엄마도 있는데 이건 좋지 않습니다. 분유를 남기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약을 용량만큼 먹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약 복용 시간이 보통 식사 30분 후인 것은 약효를 제대로 보기 위한 것인데요. 식사 직후에는 약물이 음식물과 섞여 희석됩니다. 물론 약 종류에 따라 식사 직후, 또는 공복에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용법을 숙지해야 합니다.

먹다 남은 감기약을 다시 먹여도 되는지 궁금한 부모가 많습니다. 원칙적으로 먹다 남은 조제약은 버려야 합니다. 부모 눈에는 콧물이 나고 기침을 하는 등 똑같은 증상처럼 보이지만 원인균과 염증 생성 정도가 달라 처방하는 항생제의 종류와 약의 강도가 다릅니다. 이전에 먹었던 감기약을 먹으면 바이러스에 제대로 작용하지 않아 내성만 더 키우게 됩니다. 같은 감기 증상이라도 알레르기나 천식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진단을 먼저 받는 게 중요합니다.

해열제 같은 시럽의 경우 병으로 나온 것은 개봉 후 한 달까지, 약사가 플라스틱 병에 따로 부어준 것은 1주일까지 보관이 가능합니다. 이후에는 반드시 버립니다. 부루펜 시럽은 냉장고에 넣어두면 침전물이 생겨 약효가 떨어지니 반드시 상온에 보관합니다. 가루약과 시럽은 먹이기 직전 섞어야 합니다. 미리 섞어두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약효가 변합니다.

해열제는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합니다. 해열제는 갑자기 열이 39도가 넘을 때 우선 사용하기 위한 상비약입니다. 해열제를 먹이고 물에 적신 수건으로 닦아준 후 기다려 봅니다. 열이 좀 내리면 아침에 바로 병원으로 갑니다.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전혀 내리지 않는다면 한밤중이라도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낮이라면 바로 해열제를 먹이기보다 소아과에 가서 정확한 원인을 진단해야 합니다. 열이 나는 이유는 감기뿐 아니라 변비·장중첩 등 다양합니다. 특히 생후 6개월 전 영아는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면역력 때문에 열이 39도 이상 올라가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 이상 올라간다면 위급한 상황이므로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항생제가 든 감기약 등을 먹일 때는 유산균제를 따로 보충하기를 권합니다. 항생제가 장내 유익한 세균을 죽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유산균제를 감기약과 같이 처방해 주는 의사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감기약과 유산균은 동시에 먹으면 효과가 떨어지므로 시간 간격을 두고 섭취하는 게 좋습니다.

도움말=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조안나 교수, 하정훈소아청소년과의원 하정훈 원장
배지영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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