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건당 50억원씩 100억원’. ‘수임료의 여왕’ 최유정(46·구속) 변호사가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송창수(40)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 사건을 맡아 받은 수임료의 총액이 공개되자 법조계가 발칵 뒤집혔다.
“사기로 쉽게 번 돈+전관 결합한 것”
검사장급 출신, 통상 건당 1억 안팎
전관·비전관 법조시장 양극화 심화
연봉 8000만원 13년차 집사 변호사
“100억 수임료 얘기에 심한 박탈감”
최 변호사가 이 중 30억원은 정 대표 측에 반환했지만 최 변호사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이런 금액은 공식 확인된 것 중에서 사상 최고 수임료다. 그동안에는 ‘○○ 로펌이 모 재벌 회장의 형사사건을 맡아 100억원을 받았다’거나 ‘거물급 전관 변호사가 대기업 총수를 변론하고 10억~20억원을 받았다’는 등의 미확인 소문만 무성했다.
100억원 수임료의 충격은 컸다. 2014년 기준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린 로펌(공직자 취업제한 대상기관 지정)은 김앤장·광장·태평양 등 25곳에 불과하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3년간 100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린 것도 통상적 수준을 뛰어넘은 금액이다. 100억원은 건설 일용직 근로자 1명이 306년 동안(일당 8만9566원 기준) 매일 일해야 손에 쥘 수 있는 돈이다.
10위권 로펌의 대표급 김모 변호사는 “우리 형사팀이 받은 최고가가 2억~3억원 수준이고 연 매출이 20억원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 로펌이 배임·횡령으로 기소된 중견기업 A회장 사건의 1심을 맡아 50억원의 거액 수임료를 받은 것이 화제가 됐다. 하지만 그 로펌은 사건에 2년간 30여 명의 변호사를 투입했다.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도 혀를 내둘렀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통상 고법 부장판사나 검사장급 출신 변호사는 건당 착수금 3000만~5000만원에 성공보수 5000만~1억원 정도를 받아왔다”며 “최 변호사 사건이 터지고 나서 아내로부터 ‘혹시 딴 주머니 찬 것 아니냐’ ‘그동안 당신은 뭐했느냐’는 핀잔까지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거액 수임료의 이면에는 전관 변호사들의 선임계 미제출 및 전화 변론, 이를 통한 소득 축소 및 탈세 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최 변호사 사건은 사기로 돈을 쉽게 번 투자자문사 대표 및 사업 확장을 위해 보석 석방이 급했던 기업가와 전관예우 관행이 결합된 기형적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일로 지난해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 이후에도 ‘이면약정’ 등의 형태로 성공보수를 주는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변호사 사건으로 전관과 비(非)전관으로 양분된 법조 시장의 양극화 현실도 다시 부각됐다. 13년차 변호사 B씨는 구속수감 중인 C회사 사주의 이른바 ‘집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매일같이 ‘회장님’이 있는 서울구치소와 C사를 오가며 법률 관련 사무를 처리해준다. B씨가 주당 40~50시간 일하고 손에 쥐는 연봉은 8000만원 정도다. B씨는 “나처럼 연줄 없는 ‘막변’(마구잡이로 수임하는 변호사)들은 사무실 유지도 힘들다”며 “최 변호사가 두 건에 100억원을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심한 박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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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변호사협회가 최근 소속 회원 256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 소득이 ‘400만~500만원 미만’인 변호사가 514명(20.1%)으로 가장 많았다. ‘200만원 미만’ 변호사도 93명(3.6%)이 있었다. 법조타운에서는 ‘이혼소송 건당 99만원’을 내건 변호사 사무실이나 공인중개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부동산 중개펌’도 등장했다. 로스쿨 출신 신입 변호사들은 무급으로 ‘열정페이’를 강요당하기도 한다.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주 40~50시간 바쁘게 일하는데도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차라리 대리운전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고 한탄했다.
임장혁·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