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공사로 웅어 사라져” 축제 포기한 하단포구 어민들

중앙일보

입력 2016.05.20 01:28

업데이트 2016.05.20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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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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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하단포구에서 이춘식 어촌계장이 그물을 들어올리자 펄이 가득 차 있다. [사진 강승우 기자]

“50년 고기잡이로 살았는데, 이렇게 웅어가 안 잡히는 건 올해 처음입니다.”

2006년부터 매년 5월 열던 축제
어획량 부족해 안 열기는 처음
어민들 “괴정천 수질 악화가 원인”
부산시 “어획량 감소 근거 없어”

19일 오전 부산시 사하구 하단1동 하단어촌계 사무실. 이춘식(67) 어촌계장은 “어제는 고작 웅어 3마리만 잡았다”면서 “웬만하면 축제를 열려고 했는데 도저히 열 수 없었다”고 한숨지었다.

청어목 멸치과의 바다 물고기인 웅어는 길이 20~30㎝의 회유성으로 주로 4~5월 바다에서 강 하류로 올라와 산란한다. 이 웅어를 먹기 위해 사람들이 하단포구에 몰리면서 2006년부터 5월 중순에 사흘간 웅어축제가 열렸다.

하지만 올해는 주인공 웅어가 잡히지 않아 어민들은 축제를 포기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세월호 참사가 난 2014년엔 국민 정서를 고려해 개최하지 않았지만 웅어가 없어 축제를 포기한 건 처음이다.

축제를 무리 없이 진행하려면 하루 6000~7000마리의 웅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올해는 그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어획량을 기록 중이다. 하단1동 어민 70여 명은 3~6월에 웅어잡이로 보통 1인당 3000만~4000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올해는 1000만원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어민들은 서구 시약산에서 시작해 하단에서 낙동강에 합류하는 괴정천 생태하천공사로 괴정천 수질이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3대째 웅어잡이를 해온 신경남(66)씨는 “하천 공사로 하천 바닥의 오염된 흙탕물이 바다에 유입되면서 3년 전부터 웅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괴정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는 길이 10m정도의 고무보가 있다. 이곳에선 이날 심한 악취가 났다. 이 계장이 공사 중인 괴정천에서 퍼왔다는 양동이에도 온통 시커먼 펄이 가득했다. 이날 200여m 하천 상류에선 굴착기가 한창 하천 바닥을 파내고 있었다.

이 계장은 “공사 현장에서 수백m 떨어진 바다에 그물을 던져도 펄이 올라 온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찬(64) 어촌계 간사는 “웅어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축제 때는 전라도에서 웅어를 사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어민들은 괴정천 하류의 흙탕물을 웅어 산란 장소인 하단포구를 우회해 하수처리장으로 보내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환경영향평가와 피해 보상을 요구 중이다.

이환영 부산시 건설본부 주무관은 “괴정천엔 빗물과 생활하수를 구분해 처리하는 분류식 하수관이 일부에만 설치돼 있고, 문제의 장소에는 하수관이 없다”며 “이 때문에 처리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은 또 “어민 주장과 달리 웅어 어획량이 줄었다는 객관적 근거가 없어 피해 보상을 요구해도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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