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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빅데이터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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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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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
경제부문 기자

인공지능(AI)이 화두가 되면서 이를 굴러가게 하는 요소인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21세기 원유’에 빗대 우리도 놓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금융·보험상품과 서비스, 홈쇼핑 큐레이션 서비스 등 다양한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대박 상품을 기획하거나 실패 확률을 낮춘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실제로 늘어난 것 같다. 공공 부문에선 이미 고무적인 성공 사례도 나온다. 당장 언론사도 데이터에 기반한 독자 분석을 시도한다. 누가 어떤 기사를 읽으며, 어떤 유형이 많이 공유되는지를 고민하기 위해서다.

빅데이터의 해석과 분석에는 물리적 수집과 노동력, 즉 적지 않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문제는 그 결과가 반드시 옳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이다. 19세기에 여론조사가 탄생해 선거에서 이용되다 마케팅을 위한 표본 조사 등이 실행되고 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결함이 있듯이 말이다. 그러니까 빅데이터도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다.

물론 빅데이터는 기존의 그 어떤 접근보다 현실 세계에 대한 실감나는 지형을 보여준다. 현재의 빅데이터의 주된 원천은 PC와 스마트폰, 디지털화된 공공정보다. 앞으로 인간의 실제 행동 패턴을 고스란히 기록하는 사물인터넷(IoT)까지 대중화되면 데이터의 양은 폭증할 것이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한국 기업의 빅데이터 관련 전문가 부족과 낮은 활용도에 대한 우려도 높다. 망설이는 기업의 정서는 “우리도 무엇인가 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로 요약된다. 정부를 비롯해 각계에선 빅데이터 시장이 커지니 대비하라는 채근도 나온다. 요즘엔 “이 기회를 놓칠 것이냐”는 질타성 재촉도 간혹 보인다.

이런 지적은 어쩐지 순서가 뒤바뀐 것 같다. 원유가 모두에게 기회가 된 것은 아니듯 빅데이터도 그럴 것이다. 원유를 부(富)로 환원하기 위해선 유전에 대한 소유권과 이를 채굴해 공급하는 기술과 자본이 필요했다. 이를 갖추고 도전해 일부는 성공했고 나머지는 원유나 가공품을 사다 쓰는 소비자가 됐다. 빅데이터의 활용에 멈칫거리는 기업을 뒤떨어진다고 볼 것 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모든 기업에 빅데이터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양성하라고 하는 것도 지나치다. 그보다는 각 기업이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즉, 그 기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해결하고 싶은 포인트가 어디인지를 아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이의 해결에 보유한 빅데이터 활용방안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순서다.

전영선 경제부문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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