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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미국 디트로이트시 파산이 주는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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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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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민
용인시장

한때 미국 최고 부자 도시로 꼽혔던 디트로이트시는 지금은 미국에서 제일 가난한 도시다. 2014년 기준으로 빈민 비율이 42.3%로 미국내에서 가장 높고, 실업률은 14.3%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 10년간 인구는 22%나 줄고, 노숙자와 범죄율은 급증했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명성을 날리다가 2013년 7월엔 파산을 선언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설마 파산까지 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7개월만인 2014년 12월 가까스로 회생하기는 했지만 ‘재활의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디트로이트시의 운명은 도시를 지탱했던 자동차 산업의 퇴조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디트로이트에 있던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일본 경쟁 업체에 밀려 공장을 인건비가 싼 남부지역으로 이전했다. 일자리는 줄고 사람들도 빠져나가 지역경제는 몰락했다.

그러나 이는 원인의 일부일 뿐이다. 지방 정부의 무능이 몰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시 정부는 상황이 나빠지는데도 군살빼기는커녕 모노레일 건설 등 무리한 공공투자를 단행했고, 과도한 연금은 계속 지급했다. 결론은 불 보듯 뻔했다.

디트로이트시의 사례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용인시도 한때 빚 많은 도시로 악명이 높았다. 경전철과 각종 도시개발로 인한 부채다. 2014년 당시 4550억원에 달해 파산을 우려하는 시민도 많았다. 빚을 갚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해 취임후 공무원들의 복지혜택을 크게 줄이고, 불요불급한 사업예산은 대폭 삭감했다. 팔 수 있는 유휴 재산은 매각해 빚 갚는데 먼저 사용했다. 취임 당시 부채의 70%에 달하는 3327억원을 갚아 현재 부채는 1223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되면 감히 ‘부채 제로’를 선언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3000여 공직자들의 고통 분담과 시민들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긴축의 와중에서도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거나 복지를 위한 사업은 지속적으로 펼쳐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보는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도심 상가 밀집 지역의 빈 공간을 무료 주차장으로 만들어 상권 활성화를 꾀하는가 하면, 자투리땅을 활용해 주민을 위한 도심텃밭과 힐링꽃밭을 만들었다. 호화청사라는 비난을 받았던 시청사를 시민에게 개방하고, 교통불편 지역을 집중 해소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업 유치에는 더욱 힘을 쏟았다. 2014년 전엔 한 곳도 없던 산업단지가 지금은 14곳에 달하고, 미국과 독일 등 외국 자본도 들어오고 있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생색내기식’사업을 펼치게 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우리나라 단체장들이 이런 우를 범했다. 글로벌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 디트로이트시 파산이 주는 교훈을 다시금 되새겨 볼 때이다.

정찬민 용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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