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이 16일 롯데마트·홈플러스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든 용마산업사의 김모 대표를 불러 조사한다. 롯데마트·홈플러스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 관계자에 대한 첫 소환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제품 생산 의뢰를 받게 된 경위와 안전성 검증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 여부 등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홈플러스 상품개발팀
옥시 제조법 베껴 생산 맡긴 듯
검찰이 파악한 221명의 피해자 중 롯데마트 제품을 쓴 피해자는 41명(사망 16명), 홈플러스 제품을 쓴 피해자는 28명(사망 1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각각 2006년, 2004년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제품을 출시했다. 정부가 “PHMG에 유해성이 있다”는 발표를 한 2011년 8월까지 전국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했다.
수사팀에 따르면 두 회사는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와는 다른 제품 출시 과정을 거쳤다. 2000년 PHMG를 원료로 한 제품을 처음 내놓은 옥시는 회사 자체 연구소에서 제품 연구개발·안전성 검증을 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롯데마트·홈플러스는 당시 회사 내부 제품개발팀에서 시장점유율 1위(약 60%)를 차지했던 옥시의 제조법을 그대로 베껴 시장에 내놓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흡입 독성실험 등 제품 안전성 검증은 내·외부 컨설팅 업체에 따로 자문했지만 이 과정이 부실했다고 수사팀은 보고 있다. 제품 출시 당시 대표이사를 맡았던 이철우 전 롯데마트 대표와 이승한 전 홈플러스 대표는 현재 출국금지 상태다.
◆“옥시 외국인 임원도 수사해야”=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신현우(68·구속) 전 옥시 대표 등이 구속된 것과 관련해 “(현재 구속된 임원은) 우리가 고발한 256명 중 2명에 불과하다. 19개 제조판매사의 등기 임원과 외국인 임원도 소환해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전 대표 퇴임 후 옥시의 경영을 책임졌던 존 리(미국) 전 대표와 거라브 제인(인도) 전 대표 등은 현재 한국에 없다.
글=장혁진·정진우 기자 analog@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