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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합성해 인간 복제’ 하버드 의대 비밀회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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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하버드의대가 인간 유전체(지놈·genome)를 합성해 ‘인조 지놈’을 만들기 위한 비밀회의를 연 사실이 밝혀졌다. 이론적 수준이긴 하지만 인조 지놈 합성이 현실화하면 생물학적 부모 없이 특정 목적을 가진 인간을 창조해낼 수 있다.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스톰트루퍼 같은 군인을 대량 복제한다든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를 재생산하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10년 안에 ‘인조 지놈’ 작성 목표
현실화 땐 부모 없이 인간 창조 가능
미국 언론 “심각한 윤리 문제 야기”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13일(현지시간) “심각한 윤리 논쟁을 야기할 수 있는 회의가 폐쇄적으로 진행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하버드의대는 지난 10일 하버드대에서 세계 각지의 과학자·기업인·법률가 150명을 초청, 화학물질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인간 지놈을 합성하는 연구에 관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주최 측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언론 접촉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포스팅을 금지하고 언론 취재도 불허했다. 하지만 비공개 회의 방침에 반발한 일부 참석자들이 이 사실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초청자들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당초 ‘제2 인간 지놈 프로젝트(HGP2)’로 명명됐다. 2000년대 초반 완료된 ‘인간 지놈 프로젝트(HGP)’의 후속 연구란 점에서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HGP가 인간 DNA를 구성하는 30억 개의 염기쌍 배열을 ‘해독(reading)’하는 차원이었다면, HGP2는 이를 직접 ‘작성(writing)’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초청장에는 이번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가 ‘10년 안에 인간 지놈을 완벽하게 합성하는 것’이라고 명시됐다. 최종 명칭도 ‘HGP-작성: 세포 내 대량 지놈 합성 연구’로 정했다.

초청을 받고도 불참한 드루 엔디 스탠퍼드대 유전공학자 교수와 로리 졸로스 노스웨스턴대 의학윤리 교수는 과학 잡지 ‘코스모스’에 실린 공동 기고문에서 “아인슈타인의 지놈을 합성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가능하다면 누가 할 것이며, 얼마나 많이 복제할 것인가”라며 윤리 문제를 제기했다. 엔디 교수는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됐고 충분히 많은 윤리적 문제 제기를 공유하지 않은 것이 불참의 이유”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번 회의를 주관한 하버드대 조지 처치 유전학 교수는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수습에 나섰다. “프로젝트의 목표가 인간을 창조하려는 게 아니라 세포 차원의 지놈 합성 능력을 향상시켜 동·식물·미생물 등에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 비공개로 진행된 것은 연구 내용이 학술지 발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며, 윤리적 문제 역시 충분히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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