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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강남 30분 이내 지역, 분양 수요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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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택이 많이 공급됐어도 도심과 인근 지역은 아직 수요가 충분합니다.”

김언식 디에스디삼호 회장
아파트 최다 공급한 디벨로퍼
올해 8800가구 분양 계획
“아파트 조경의 가치 갈수록 커져”

부동산 디벨로퍼(개발사업 시행자) 1세대인 디에스디삼호 김언식(63) 회장이 아파트 분양시장 큰 손으로 돌아왔다. 땅 주인인 디벨로퍼는 인·허가부터 분양까지 사업을 총괄한다. 김 회장은 지난해 7000여 가구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데 이어 올해 8800여 가구를 내놓을 계획이다. 경기도 용인·고양·광주 등에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주택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사뒀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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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디삼호 김언식 회장이 분양한 아파트 단지들의 전경사진을 보며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안장원 기자]

지난해 워낙 많이 분양돼 올해는 시장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김 회장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서울 강북과 강남 각 중심을 기준으로 교통시간 30분 이내 지역은 아직 분양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아파트 건설에서 조경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다른 업체들이 세계적인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손잡는 것과 달리 그는 조경 디자이너를 구한다. 지난해 1차 1437가구에 이어 지난 13일 견본주택 문을 연 2차 1057가구를 분양하는 용인 동천동 동천자이 조경에 미국 하버드대 조경학과 니얼 커크우드 교수를 참여시켰다. 2010년 준공한 고양 일산 위시티 자이는 빼어난 조경으로 2011년 세계 조경가대회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받았다.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낡아지고 시대적 흐름에 뒤처지지만 나무가 자라고 숲이 우거지며 조경 가치는 더욱 올라가지 않습니까. 자연과 호흡하며 쾌적하게 살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조경이 해결해 줄 수 있어요.” 김 회장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수요보다 직접 거주하려는 주택시장의 트렌드 변화도 조경의 중요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를 공급한 디벨로퍼로 꼽힌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지난해까지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2만9000여 가구)와 비슷한 2만6000여 가구를 분양했다. 앞으로 분양할 물량까지 합치면 3만5000여 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주택경기의 부침 속에 그 역시 혼이 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시작한 일산자이에 발목 잡혀 제대로 쓴맛을 봤다. 5000가구에 가까운 매머드급 단지로 사업비가 3조4000억원에 이르는데 금융위기 충격으로 미분양이 쌓였다. 사업비의 20%가 넘는 8000억원 정도 손해를 봤다.

주택시장 성쇠를 겪으면서도 김 회장은 업계에서 ‘3불(不) 원칙’을 고수하는 고집스런 디벨로퍼로 불린다. 주택건설사나 디벨로퍼라면 군침을 흘릴 만한 상가·주거용오피스텔·공공택지 사업을 하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 안에 들이는 소규모 상가 외에 쇼핑몰 등 전용상가 사업을 멀리한다. 1990년대 초반 경기도 수원에 지은 상가를 구입한 계약자들이 상권 활성화가 안 돼 투자금을 날린 사정을 지켜본 아픈 기억 때문이다.

그는 “집은 안 팔리면 직접 살거나 손해를 좀 보고 팔 수 있지만 상가는 장사가 안 되면 쓸모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수익형 부동산으로 뜨고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원래 업무시설인데 주거용으로 쓰이면서 도시 과밀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땅을 분양받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인 택지지구·신도시 등 공공택지 내 아파트 용지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주택사업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아요. 조경·단지배치 등을 하고 싶은 대로 하려면 틀이 짜여 있는 공공택지에선 어렵습니다.”

김 회장은 “살수록 더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주택이 진짜 내 집”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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