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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투자자의 뒤통수 대처 요령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79호 18면

올해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정확히 20년이 됐다. 대학생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투자 목록을 거쳐간 많은 종목들을 회고해보면 갑자기 뒤통수가 얼얼해짐을 느낀다. 돈을 벌어줘 흐뭇한 종목도 물론 많았지만, 그만큼 특정 기업의 뻘짓으로 인해 뒤통수를 얻어 맞았던 경험도 많았던 탓이다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은 이런 말을 남겼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 맞기 전까지는. (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face)” 필자 또한 아이디어 없이, 시나리오 없이, 아무 생각 없이 주식을 샀던 적은 없다. 이렇게 저렇게 될 거라는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투자한 회사가 뜻밖의 사건에 연루되는 순간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욱하는 감정에 휩싸여 허둥거리곤 했다. 타이슨한테 한 대 맞은 것처럼 말이다.


부실 계열사 있으면 나쁜 짓 가능성 커져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그 충격으로 주식 투자를 그만둬버린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실연의 아픔이 너무 싫어서 연애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하는 것과 같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결정이란 얘기다. 주식 투자는 포기하기엔 너무나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이다. 게다가 뒤통수를 치지 않는 기업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필자가 20년간 갖가지 사건들을 겪으며 터득한 투자기업에서 뒤통수를 맞았을 때의 대처 요령을 공유하고자 한다.

일러스트 강일구

기업의 이력을 면밀히 따져 뻘짓 발생 가능성이 낮은 종목으로 한정하는 것이 첫 시작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 역시 사고를 쳐 본 놈이 계속 치는 법이다. 특히 투자, 계열사 합병, 유상증자 등 자본 배치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니 이 부분에 깨끗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 또한 재무구조가 부실하거나 문제 덩어리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경우 주주에게 나쁜 짓을 할 동인이 더 크다.


그래도 문제는 계속 터지기 마련이다. 사람도 기업도 마음이 변할 수도 있고 불가항력적으로 상황이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걸 사전에 걸러낼 수는 없다. 그래서 사후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뒤통수를 맞았다면 우선 이 사건의 전말을 빠르게 조사해 기업 가치에 근원적인 영향을 주는 것인지, 일시적인 이슈에 불과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당연히 전자면 팔아야 하고 후자면 보유를 고려할 수 있다.


더불어 기업(경영진)의 판단이 의도적이고 악의적인지도 살펴야 한다. 뒤통수를 때리는 강도가 적거나 파장의 길이가 짧다 하더라도 주주로서 경영진에 보내는 신뢰가 무너지면 주식을 계속 가져갈 수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찜찜한 기분으로 내 소중한 돈을 넣어놓고 주주로 남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JYP엔터의 수장 박진영은 아침에 문자 도착 소리를 들으면 소속 가수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가슴이 철렁한다는 말을 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그 또한 가수를 선발할 때 건전한 태도를 중히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밤에 누군가 사고를 쳤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재범의 과거 발언 스캔들, 쯔위의 대만 국기 사건 역시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 그때 최선은 빠르고 현명한 대응 뿐이다. 각자 구축한 포트폴리오의 수장인 투자자 또한 매도와 홀딩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상속·신약 프리미엄 등 주의해야마지막으로 가치투자적인 접근이 남아있다. 뒤통수를 맞더라도 어떤 주가에서 당하느냐에 따라 손실의 정도를 달라진다. 즉 안전마진을 확보한 저평가된 상태에선 악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반대로 이 기업은 뭐든지 좋은 쪽으로만 진격할 거란 기대감이 과하게 주가에 묻어있는 경우 뒤통수를 맞으면 주가가 KO 당할 수 있다. 저평가 가치주는 기대감이 적은 만큼 배신감도 적은 법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가 투자자들이 최근 특히 조심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 상황은 두 가지다. 첫째는 지배 구조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투자한 경우다. 예컨대 상속 과정에서 득을 보는 기업이라 알려지면 그만큼 프리미엄을 받는다. 하지만 그 시나리오는 결정권자의 변심 혹은 외부 상황에 따라 어그러질 수 있다. 이 때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건 일반 주주다. 둘째는 신약 개발 호재다. 신약 개발 그 자체는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선한 일이다. 하지만 신약 개발 성공의 확률이 낮다는 게 문제다. 성공을 이미 기정사실화한 주가에서 실패 얘기가 흘러나온다면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할 수 있다.


기업분석의 달인 버핏조차도 살로먼브라더스·테스코·포스코 등에서 뒤통수를 맞은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전히 탁월한 성과를 이어가는 건 적절한 사후 대처와 낮은 진입 가격 덕분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주식이 가장 좋은 투자 수단이란 믿음을 기회가 될 때마다 피력하고 있다. 위험은 줄이고 낮은 가격으로 방어한 후 사후 대응한다는 멘탈을 가지면 쫄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


최준철?VIP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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