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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잦던 배달 오토바이, 라이더 교육 후 곡예운전 사라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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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호 14면

우아한 형제들이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 가맹 음식점 종사자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배민아카데미’. 대박 업체 운영 노하우 등을 제공한다. [사진 우아한 형제들]

경영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김병헌(25)씨는 시험 기간에 자주 모텔을 예약해 밤샘을 한다. 여자친구와 함께 공부할 수도 있고 자취방이나 도서관보다 편안해 집중하기도 좋다. 학교 주변에 방을 잡으면 이동하면서 버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김씨는 “앱으로 후기나 청결 상태·가격 정보를 보고 예약한다”며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조용해서 공부가 잘 되지 않을 때 기분 전환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선 김씨와 c 학생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시험공부나 조별 과제를 하기 위해 찾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모텔 이용이 흔해진 것이다.


음침한 만남이 이뤄지는 ‘러브호텔’에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중저가 숙박시설’이라는 이미지 변신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호텔처럼 예약이 가능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프로모션, 쿠폰과 할인제도 경쟁을 하는 어엿한 산업으로 변화한 것이다. 여기엔 ‘야놀자’(2005년 설립), ‘여기어때’(2014년 설립) 등과 같은 예약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의 공이 크다.

근거리 중소형 모텔 찾아주기 앱을 이용해보는 사용자(위 사진). 생일 파티나 특별행사를 할 공간을 제공하는 모텔의 파티룸(아래 사진). [사진 위드이노베이션]

선발 주자인 야놀자가 모텔 가격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2014년 예약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모텔 서비스는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 현재 야놀자와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여기어때와 경쟁이 불붙으면서 ‘최저가 보상제’ ‘환불 보장제’ ‘제휴점 인증 시스템’과 같은 차별화 전략이 쏟아져 나왔다. 야놀자의 경우 관광객을 위한 중국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사용자의 평가와 리뷰·별점제도 한몫했다. 업계 관행이 온라인과 축적된 데이터베이스(DB) 힘으로 새로 태어난 셈이다. 파티나 회의·회식·송년회 등이 가능한 다양한 서비스 경쟁도 실시한다. 시장 규모도 훌쩍 커졌다. 전국 모텔(약 3만 곳) 업계의 연 매출 규모는 14조원으로 추산된다. 3조6000억원인 호텔 시장의 3.5배 수준이다.


온라인을 오프라인으로 옮겨오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일명 O4O(Online for Offline)의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모델이 오프라인을 ‘위한’ 모델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단순히 사람을 모아 수익을 내는 구조에서 한발 더 나가 오프라인 서비스 형태를 변화시키거나 산업적 혁신을 이끌어낸다. 관련 업계의 문화와 관행을 긍정적으로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틈새시장이 생기기도 한다. O2O가 ‘중개’의 성격이 강조된 개념이라면 O4O는 온라인이 현실세계를 끌고 간다는 의미가 더욱 강하다.


중소형 모텔업계 변화가 O4O의 대표적 사례다. 이런 현상은 모든 비즈니스가 O2O를 도입한 가운데 웬만한 서비스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수료나 광고만으로 수익모델 한계가 금방 드러나고 후발 업체가 서비스를 카피하기도 쉽다. O4O업체는 온라인 중개와 모객을 넘어 제휴업체나 가맹점을 만들어 가교 역할을 하고 업계의 문제점을 직접 해결하는 데 뛰어들고 있다.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문지형 위드이노베이션 이사는 “위치 기반의 O2O와 달리 O4O는 현실세계의 사업 영업이나 마케팅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며 “고질적인 문제를 바꾸는 계기를 제시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온라인 기업과 오프라인 기업이 서로 융합해 운명 공동체로 함께 가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관련 업체와 제휴·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배달원 사고를 막기 위한 오토바이 교육프로그램 ‘민트라이더’ 교육 현장. [사진 우아한 형제들]

음식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배달원 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대림모터스쿨 등과 함께 하는 요식업 배달원 교육을 하는 ‘민트라이더’다. 주문을 받은 뒤 시간에 쫓겨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기 일쑤인 배달업계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자는 취지다. 제휴업체 배달원들을 상대로 1회 8시간(이론 4시간, 실무 4시간) 교육을 하고 있다. 오토바이 운행은 운전면허만 있으면 가능해 배달 종사자가 오토바이에 대해 잘 모르고 취업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고가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다.


성호경 우아한 형제들 홍보팀장은 “오토바이 운전의 경우 정식 교육 없이 ‘아는 형’ 등 비전문가로부터 어깨 너머로 무작정 배우는 경우가 많아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비교적 간단한 교육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도 개별적으로 하긴 힘들어 우리가 직접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 팀장은 “교육을 받은 배달원의 만족도가 높고 사장님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17회의 교육을 통해 100여 명이 과정을 이수했다. 이밖에 사고 예방을 위한 ▶보호장비 점검 ▶오토바이 점검 ▶도로주행 ▶자주 발생하는 사고 상황 등 안전에 취약한 배달원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담은 포켓 사이즈의 안전지침서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이 업체는 2014년부터 가맹업소를 상대로 ‘배민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에 총 17회를 진행했다. 강의는 ▶‘대박 가게’ 창업자 초청 강연 ▶고객 응대 방법 ▶노무 정보 ▶음식 홍보사진 찍기 비법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돼 있다. 소상공인이 개인적으로 접촉하기 힘든 요식업 ‘고수’들의 강의가 특히 인기가 좋다. 지난해 약 1000명이 참여했다. 우아한 형제들에 따르면 교육을 수료한 업소의 주문량이 평균 1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시도가 모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스타트업이 앱에 의존해 정보를 제공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시장 확장 가능성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O2O업체들이 영세 상인이 다수인 가맹업체(회원)에 수수료를 물리며 ‘골목상권 질서를 흐린다’는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서비스 시작 전부터 산업에 폭풍을 몰아올 것으로 전망되는 O4O 모델도 있다. 바로 카카오가 상반기 중 시작하는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다. 현재 기사용 앱 출시와 함께 대리운전기사 회원 등록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 측은 ‘서비스 종사자(대리운전기사)가 첫 고객’이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열악한 것으로 악명이 높은 대리운전기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불투명한 대리운전 시장에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목표다.


기존 대리운전 콜 업체의 반발도 있지만 카카오가 제안하는 모델은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대리운전기사로부터 받는 운행수수료(20%)는 전국 모든 지역이 동일하다. 기존 대리업계에서 지역에 따라 20~40%로 차등을 두던 수수료율을 통일한 것이다. 대리운전기사가 자비로 부담하던 보험료(연평균 100만원)도 없앴다. 카카오 드라이버는 동부화재 등 보험업체와 함께 카카오 대리운전기사 전용 상품을 개발했다. 대리운전기사가 월 4만~5만원씩 내던 대리운전 호출 프로그램 사용료가 없다는 점도 기존 대리운전 O2O와의 차이점이다. 카카오는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등 주요 대리운전기사단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을 수시로 논의한다. 박영봉 전국대리운전노조 지부장은 “대리운전기사 처우 개선과 업계 구조 변화가 이뤄지면 더 나은 고객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 드라이버가 새로운 동력이 될지도 주목된다. 2000년대 중반 하루 평균 60만 건이던 대리운전 호출 수는 2014년엔 48만 건으로 떨어졌다. 몇 년간 이어진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대리운전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과 보험 미가입 관련 사고 등이 이용률을 줄인다는 분석이다. 윤승재 카카오 매니저는 “대리운전기사 처우 개선은 물론 현재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시장이 탄탄한 서비스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 O2O 서비스도 부동산 업계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한 ‘직방’은 지난 1월부터 안심중개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안심중개사가 되려면 안심녹취 서비스(가상 안심번호 사용)를 이용해야 하고 매물 광고에 실명을 써야 한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에 대한 불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서비스 내에서 부동산 매물 정보를 검색하면 안심중개사로 활동하는 업자가 올린 매물 정보를 우선 볼 수 있다. 이 업체는 방을 구하러 온 사용자가 안심중개사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직방카’ 서비스도 시범 운용 중이다. 현재 서울에서 가능하고 연내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후발 주자인 ‘다방’의 경우 소형 전·월세 매물 중개에 주로 집중하다 최근엔 플랫폼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삿짐 업체와 손잡고 이사 서비스를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다방도 조만간 안심중개사 서비스, 공인중개사와 임대인에 대한 평가시스템 도입, 허위매물 방지 시스템 등을 구축할 예정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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