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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다니엘의 문화탐구생활] 독일, 클래식 음악 말고 모던 토킹, 스콜피언스도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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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독일에 다녀온 한 대학 교수를 만났다. 그는 독일어가 유창했고, 독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다 나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는데, 그 교수는 대뜸 이렇게 권했다. “독일이면 무조건 클래식 음악이죠. 클래식 음악을 공부해서 관련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어때요?” 고마운 조언이었다. 하지만 “독일이면 무조건 클래식 음악”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렸다. 꼭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루트비히 판 베토벤·요하네스 브람스 등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가를 많이 배출한 나라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 하면 떠오르는 국가로 프랑스·이탈리아와 함께 독일이 빠지지 않는다. 독일로 유학 간다고 하면 흔히 음대 진학을 떠올린다. 실제로 쾰른·베를린 등의 도시에서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고 활발히 활동 중인 한국 음악가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클래식이 독일 음악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가수와 밴드도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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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밴드 모던 토킹(Modern Talking)[중앙포토]

혹시 모던 토킹이라는 밴드를 들어 본 적 있는지. 한국 노래방의 선곡 책에서 B 섹션을 살펴보면 ‘브라더 루이(Brother Louie)’를 쉽게 찾을 수 있고, Y 섹션에서는 ‘유 아 마이 하트, 유 아 마이 소울(You’re My Heart, You’re My Soul)’이란 올드 팝이 눈에 띈다. 두 곡 모두 디터 볼렌과 토마스 앤더스로 구성된 2인조 밴드 모던 토킹이 불렀다. 그들은 1980~90년대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러분도 앞서 말한 두 노래의 전주만 듣고도 익숙한 멜로디에 ‘아하!’ 하며 무릎을 칠 거다. 기타리스트 볼렌은 지금도 독일 방송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특히 독일식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독설가로 악명이 높다. 그의 대표곡을 한국의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놀랍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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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헤비메탈 밴드 스콜피온스[중앙포토]

독일 출신이라고 쉽게 상상하지 못할 밴드도 있다. ‘스틸 러빙 유(Still Loving You)’로 유명한 스콜피온스다. 음악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본 조비·메탈리카 같은 전설적인 헤비메탈 가수들이 스콜피온스의 무대를 보고 배웠다는 사실에 대해 한 번쯤 들어 봤을 터. 스콜피온스가 20세기 음악사에서 중요한 존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1965년 독일 하노버에서 결성한 이 밴드는 록과 헤비메탈을 고집하다 70~80년대 록발라드를 선보이며 전성기를 맞았다. 개인적으로 ‘윈드 오브 체인지(Wind of Change)’라는 곡을 제일 좋아하는데, 1989년 작곡된 이 노래는 80년대 유럽의 시대 변화를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사는 냉전이 종식되고 동서 간의 갈등이 사그라든 시대에 강가를 거닐며 ‘변화의 바람(Wind of Change)’을 들이마신다는 내용. 구소련 마지막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1991년 이 곡의 정치·예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 스콜피온스를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이 역시 한국 노래방에서 한번 불러 보길 권한다.

한국 노래방에서 찾을 수는 없지만, 꼭 추천하고 싶은 독일 가수는 바로 자비에 나이두다. 1998년 ‘이 세상 사랑이 아니다(Nicht von dieser Welt)’로 스타덤에 올라 현재까지 독일 제일의 R&B·소울 가수로 사랑받고 있다. 한국 가수와 굳이 비교하자면, 독일의 임재범이랄까. 프랑스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 주연의 영화 ‘아스테릭스’(1999, 클로드 지디 감독)가 독일에서 개봉했을 때, 독일판 OST 삽입곡 ‘그녀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네(Sie sieht mich nicht)’를 부르기도 했다. 나이두는 자신이 신의 전령사라 주장하며 종교적인 내용의 가사를 많이 쓰는데, 이 때문에 독일에서 종종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오직 독일어 노래만 고집하기 때문에 유럽 밖에서는 별다른 활약이 없다. 하지만 가사와 무관하게 그의 독특한 음색과 부드러운 선율은 언제 들어도 나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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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으로서 독일의 유서 깊은 클래식 음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 기쁜 일이다. 하지만 독일에는 클래식 말고도 역사·예술적으로 주목할 만한 여러 장르의 음악이 있다. 여러분도 이 기회에 좋은 자극제가 될 만한 색다른 뮤지션을 독일에서 찾아보는 건 어떨까.

글=다니엘 린데만. 독일 사람? 한국 사람? 베를린보다 서울의 통인시장에 더 많이 가 본, 이제는 한국의 다니엘! 1985년생 소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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