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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세퓨 원료, 덴마크 아닌 중국산 유해물질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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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12일 기자회견에서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14명의 사망자(검찰 집계 기준)를 낸 가습기 살균제 업체 ‘세퓨’가 덴마크가 아닌 중국에서 수입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재료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원료업체 “한국에 수출 한 적 없어”
롯데마트·홈플러스로 수사 확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담 가드 케톡스 전 대표와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케톡스는 살균제 원료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생산한 덴마크 회사다. 한국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이 발생하자 2012년 덴마크 정부는 PGH 판매 금지 조치를 내렸고 케톡스는 2년 뒤 폐업했다.

담 가드 전 대표는 “한국에 PGH를 수출한 적이 없다. 한국 회사가 농업용 목적으로 쓰겠다고 해서 40L 이하의 소량 PGH 샘플만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퓨 제조사) 버터플라이이펙트가 중국에서 PHMG를 수입했다는 이야기를 중국의 생산업체로부터 들었다”고 덧붙였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2009~2011년) 당시 세퓨는 ‘덴마크산 친환경 원료’로 제품을 만들었다고 광고했다. 세퓨의 제품을 사용하다 아내와 태중의 아기가 사망한 안성우씨는 “버터플라이이펙트는 중국에서 유해물질인 PHMG를 수입해 제품 원료로 사용한 것”이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퓨는 현재 폐업 상태라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마트·홈플러스로 수사 확대=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신현우(68) 전 대표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롯데마트·홈플러스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관계자는 “제품 개발·판매 경위와 당시 의사결정 구조를 파악하고 있다”며 “다음주부터 롯데마트·홈플러스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이 팔린 2000년대에 대표이사를 맡았던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와 이승한 전 홈플러스 대표는 현재 출국금지 상태다. 검찰이 파악한 221명의 피해자들 중 롯데마트의 제품을 쓴 피해자는 41명(사망 16명), 홈플러스 제품의 피해자는 28명(사망 1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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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유해성을 입증한 물질(PHMG·PGH)을 제품 원료로 쓴 4개 업체만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옥시 영국 본사 ▶CMIT·MIT를 원료로 제품을 만든 기업(애경·이마트 등) ▶제품 인허가 담당 공무원 등으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현재 법인 고의 청산, 유해성 반박 실험 의뢰 등 사건 은폐 및 증거 조작에 영국 본사가 개입한 의혹을 캐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정진우·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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