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어디? ④ ‘태양의 후예’와 삼탄아트마인
중국 대륙까지 사로잡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주요 배경은 ‘우르크’란 가상의 나라다. 이 낯선 땅에서 젊은 군인과 의사가 사랑을 나누고 청춘을 불태웠다. ‘태양의 후예’는 그리스 자킨토스 섬을 비롯해 국내외 곳곳에서 가상의 우르크를 촬영했는데, 그 가운데 강원도의 두메도 있다.
지진으로 아수라장이 되는 우르크 발전소 내부 장면(6회), 유시진(송중기) 대위가 재난 현장에서 빠져나와 강모연(송혜교)과 재회하는 장면(8회), 강모연이 무기밀매상에 붙잡혀 고난을 겪는 장면(11회) 등은 모두 한 장소에서 촬영됐다. 강원도 정선 함백산(1572m) 자락의 ‘삼탄아트마인’이다.
이곳은 20년 전까지도 석탄을 캐고 나르던 ‘삼척탄좌’였다. 2001년 폐광된 이후 방치돼 있던 탄광을, 2012년 현대미술관·레스토랑·아트레지던시 등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 삼탄아트마인이다. 삼탄이 삼척탄좌의 줄임말이다.
삼탄아트마인에는 탄광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금의 레스토랑은 정비공장 건물을 개조했고, 전시실이 들어선 본관은 운전실·세탁실 등이 있던 옛 사무동을 고쳐 지었다. 강모연의 피랍 장면을 찍은 곳은 본관 2층의 ‘마인갤러리(옛 샤워장)’다. 광부 200여 명이 한꺼번에 탄가루를 씻어내던 이곳에서 요즘은 ‘아프로디테 비너스전’이 열리고 있다. 비너스를 주제로 한 조형물과 그림이 놓여 있는데, 천장에는 녹슨 수도관이 어지럽게 매달려 있다.
우르크 발전소로 등장한 건물 ‘레일바이뮤지엄(옛 조차장)’도 옛 탄광 시절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탄차·인차(人車)·선로·승강기는 물론이고 헬멧·장갑·업무상황판까지 남아 있어 건물 자체가 역사박물관이나 다름없다.
드라마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송중기의 팬이 열광하는 장소는 따로 있다. 본관 15개 객실 가운데 송중기가 촬영 중에 머물다 간 방이 있기 때문이다. ‘유시진 룸’으로 통하는 방은 4층 5호실 ‘마리오네트 뮤지엄 룸’이다. 원래는 마리오네트 인형으로 꾸며진 공간인데, 최근에는 ‘유시진 스타일’의 전투복까지 비치했다. 이 방에 머물면 누구나 유시진 복장으로 갈아입고 기념사진을 찍는단다.
삼탄아트마인은 정선군 고한읍에 있다. 개장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 어른 1만3000원, 어린이 1만1000원. 1박 12만원부터. 송중기가 다녀간 마리오네트 뮤지엄 룸은 6인실로 1박 20만원이다. 033-591-3001.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