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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때문에’는 혼자 쓰일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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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여행하기에도 좋은 때다. 하지만 비가 종종 내리기도 하고 미세먼지가 발생하기도 한다. 주말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은 비가 오지는 않을까, 미세먼지 농도가 높지는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

날씨 예보를 보면 “이번 주말엔 황사가 몰려올 예정입니다. 때문에 야외 활동 시에는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합니다”와 같은 표현을 접할 수 있다. 아무런 문제 없이 자연스럽게 문장이 이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바르지 못한 표현이 숨어 있다.

‘때문’은 어떤 일의 원인이나 까닭을 나타내는 의존명사다. 의존명사는 의미가 형식적이어서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사용되는 명사를 가리킨다. 대표적인 의존명사로는 ‘것’ ‘뿐’ ‘데’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혼자 사용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문장의 맨 앞에 혼자 올 수 없다. ‘때문에’의 경우 명사나 대명사 등을 넣어 ‘이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등과 같이 써야 한다. 위 표현 역시 “이번 주말엔 황사가 몰려올 예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야외 활동 시에는 마스크를 꼭 챙겨야 합니다”처럼 ‘때문에’ 앞에 명사나 대명사를 적절하게 넣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역시 문장 첫머리에 놓일 수 없는 표현이다. “산과 들이 온통 푸르다. 뿐만 아니라 알록달록 꽃들도 지천으로 피어 있다”에서처럼 ‘뿐만 아니라’를 문장 맨 앞에 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뿐만’은 보조사 ‘뿐’에 다시 보조사 ‘만’이 붙은 형태로, 문장 첫머리에 아무런 수식어 없이 사용해선 안 된다. ‘뿐’ 앞에 앞 문장을 받는 대명사를 넣어 ‘이뿐만 아니라’ 또는 ‘그뿐만 아니라’ 등으로 고쳐 써야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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