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열(53·사진) 한국조사협회(KORA) 회장은 10일 “2017년 대선에선 전문성을 갖춘 업체가 선거 여론조사를 할 수 있도록 인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TNS코리아 대표인 양 회장은 “누구나 여론조사를 할 수 있는 현 제도에선 조사분석 전문가 한 명 없는 ‘떴다방’ 업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이대론 안된다 <하>하>
그러면서 “국민 절반이 빠진 집 전화 조사로는 대표성이 없어 조사의 신뢰도를 높일 수 없다”며 “정당에만 제공하는 휴대전화 안심번호(KT·SK텔레콤·LG유플러스 가입자의 데이터를 활용하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050으로 변환해 정당에 제공한 번호)를 여론조사기관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조사협회도 20대 총선 여론조사 실패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세미나를 여는 등 신뢰성과 책임성을 높이려고 노력 중”이라며 “중앙선관위와 국회 차원의 개선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 20대 총선 여론조사가 ‘틀려도, 너무 많이 틀렸다’는 비판이 많다.
- “집전화 조사로 국민을 대표할 순 없었다. 집전화가 없는 유권자들은 조사 자체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됐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여론조사는 성별·연령별로 실제 투표율을 예상해 당선자를 전망하는 예측 조사와 달리 조사 시점의 단순 지지도일 뿐이다. 실제 투표 결과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 5~6년 전부터 집전화의 문제점이 지적돼 왔는데 왜 바꾸지 않았나.
- “국민 전체가 쓰는 휴대전화를 활용하기 위해 안심번호란 대안을 만들었지만 현행 선거법은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안심번호를 정당에만 제공하고 민간 업체는 쓸 수 없도록 묶어 놨다. 이 때문에 몇몇 업체가 자구책으로 자체 모집한 30만~80만 명 규모의 휴대전화 패널(고정적으로 구성한 조사 대상자 집단)을 활용하고 있지만 그것도 대표성에 한계가 있다.”
- 민간 업체가 안심번호를 다른 목적에 쓸 것이란 우려가 있다.
- “이번 총선에서도 각 정당에 제공한 안심번호를 일부 여론조사기관들이 받아 여론조사 경선에 활용하지 않았나. 여론조사기관 사전 인증제와 사후 감독, 처벌조항 등을 통해 오·남용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게다가 안심번호 자체가 실제 휴대전화 번호를 알 수 없도록 050으로 변환했고, 실명 등 개인 신상은 알 수 없도록 차단해놨다.”
- 저가 자동응답(ARS)조사나 ‘떴다방’ 같은 조사업체의 난립 문제는.
- “한국조사협회 41개 회원사는 2014년 ‘ARS조사는 과학적 조사가 아니다’고 선언하고 이후 저가 ARS조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회원사의 ARS 조사에 대해선 협회가 어떻게 개입할 방법이 없다. 선거 여론조사의 경우 사회적 중요성이 큰 만큼 최소한 자격요건을 갖추도록 하는 인증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인증제로 하면 구체적인 자격요건은 어떻게 정하나.
- “강제성이 있으려면 선거 여론조사를 수행한 경험이 있고 일정 규모의 조사 인력, 분석 시스템을 갖춘 업체를 국회나 중앙선관위가 정하는 게 맞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