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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파일] 국내 최대 사설 도박장 운영 조폭 검거…오간 판돈만 1400억 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최대 규모의 사설 도박장을 운영해온 조직폭력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서울 시내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을 단기로 빌려 일반 사무실로 위장해 은밀하게 도박장을 운영해 왔습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1년부터 서울 강남·송파·서초구 일대에서 1400억 원 규모의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도박개장 등)로 조직폭력배 ‘상봉동파’ 소속 윤모(39)씨 등 7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습니다. 경찰은 또 박씨를 도와 도박장 영업에 가담해 온 운영진 69명과 도박에 참여한 11명 등 80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총책 윤씨를 중심으로 자금관리총책, 모집책, 하우스장, 바지사장, 보안팀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도박장을 운영해왔습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면서도 도박 참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기업식 비밀영업과 홍보영업을 병행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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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장 운영에 가담한 ‘상봉동파’ 소속 조직폭력배 [사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제공]

도박장이 개설된 곳은 서울 시내 번화가의 오피스텔과 아파트였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특히 2~3개월 단위로 서울 강남과 강북을 오가며 장소를 수시로 바꿔가며 2011년부터 약 5년간 3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습니다. 윤씨가 처음부터 도박장을 직접 운영해 왔던 것은 아닙니다. 윤씨가 처음 도박 관련 일에 발을 들인 것은 도박장에서 돈을 잃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을 처리하는 보안·경비 담당 업무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도박장 운영 등에 대한 경험을 쌓은 뒤 2011년부터 직접 운영에 뛰어들었고, 다른 도박장을 흡수하거나 지분자를 모집해 별도의 하우스장으로 독립시키는 방법으로 규모를 키워왔습니다. 경찰에 입건될 당시 이들이 운영하는 도박조직은 국내 최대 규모 도박장과 7개의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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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장 금고에서 발견된 현금 4억 5000만원 [사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제공]

도박장의 주된 손님은 가정주부나 일반 회사원들이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도박장에서 전 재산을 잃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이른바 ‘폐인’이 된 사람이 셀 수 없이 많다고 합니다.

윤씨 일당은 주로 서민층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도박 영업을 하며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습니다. 경찰에 검거된 조직폭력배 소속원 중 한명은 “우리 조직이 서울 시내 도박장의 70%를 관리하는 대규모 조직”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기업식으로 도박장을 운영한 박씨 일당은 주기적으로 ‘대장님(박씨를 지칭) 회의’를 열어 행동강령식의 운영지침을 전파했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대표적으론 한 업장이라도 단속되면 조직 내의 모든 도박장 전체가 하루를 쉬어가는 ‘민방위’, 도박으로 전재산을 탕진한 사람에게 차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민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 조직 구성원의 결속을 위해 2015년 6월엔 경기도에 위치한 펜션을 빌려 씨름과 줄다리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단합대회까지 열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광역수사대는 앞으로 더욱 강도 높은 도박 단속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음성적이고 은밀하게 운영되는 도박장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비화할 정도로 폐해가 크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도박의 경우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간 은밀한 장소에서 진행돼 단속이 쉽지 않았다”며 “앞으로 더욱 강도 높은 수사와 단속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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