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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생활화학제품의 전체 성분 공개를 의무화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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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충격으로 사용 중이거나 구입하려는 생활화학제품의 성분을 확인해 인터넷 등에서 유해성·안전성 관련 정보를 직접 알아보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자녀를 둔 부모를 비롯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안전 지킴이 행동은 사회적으로 고무할 사안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은 생산업체의 기초정보 표기를 의무화하지 않은 법 때문에 막혀 있다. 현행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은 생활화학제품의 종류·성분·독성·중량·용량 등을 표시토록 하고 있지만 모든 성분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의 김영주(영등포갑) 의원 등은 2013년 11월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생활화학제품 가운데 유해물질 함유 가능성이 있는 세정제·합성세제 등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제품은 제조·수입 업자가 모든 성분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보 공개를 강화해 국민 안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개정안이 3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정안은 2013년 12월 산자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소위에 회부됐지만 거의 2년이 다 된 지난해 11월에야 상정된 데다 그나마 그 이후 추가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무성의하게 방치된 것이다.

법을 바꿔 생활화학제품의 모든 성분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은 어렵지도, 큰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특히 지금처럼 가습기 세정제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 업체에도 지나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유해성분을 숨기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국회는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국민의 정보 갈증을 풀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을 이른 시일 안에 통과시켜야 한다. 이에 맞춰 정부는 정보 공개를 포함한 생활화학물질 안전 전반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이 ‘오케이’ 할 때까지 추진해야 한다. 생활화학물질 전반의 안전 태세를 재점검하고 수준을 높이라는 것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성난 국민의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