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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엄청난 보수표들 이탈하는 소리 안 들리느냐" 친정 새누리당에 쓴소리 특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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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새로 태어나겠다는 각오와 결의의 움직임이 있습니까? 초선 의원이기 때문에 안 한다는건 핑계고 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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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기자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초선의원 연찬회에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새누리당 상임고문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초선의원 연찬회에서 작심하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전 의장은 “엄청난 보수 표들이 이탈하고 있는 소리가 안 들리느냐”며 “가장 어려운 시기에 당선된 초선 의원 여러분이 피나는 노력을 해서 저같은 과거 선배들이 잘못 만들어놓은 관행을 과감하게 뿌리치라”고 말했다.

그는 “(초선 때는) 메뉴얼이 없다보니 본회의, 상임위원회의 꼬박꼬박 출석하고 무더기로 법안만 발의하는 ‘범생’ 수준 의원이 되기 쉽다”며 “국정감사장에 뱀을 가져오고 최루탄을 시연하는 쇼를 하고 정부를 엄청나게 괴롭히는 사람들 때문에 국회가 왜곡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튀는 행동’과 함께 ‘지역구 붙박이’를 경계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주야장천 지역구에서 보내는 사람들은 국회에 잘못 들어온 것”이라며 “지역구 붙박이하려면 도의원이나 군의원을 하라”고 말했다.

당 쇄신 방향에 대해선 “우리 당은 3년간 눈치보는데는 최고였다”며 “당명을 받드는 행동대장, 줄 세우고 계파 챙기는 집단 이기주의 옹호자로 전락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당의 눈치나 보고 예속돼 있으면 정치발전은 요원하고 새누리당도 거듭 태어날 수 없다”며 “무작정 무분별한 당론을 정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당론으로 정하는 건 사회주의 정당”이라고도 했다.

그는 “정당이 그동안 무슨 책임을 지고 어떤 역할을 했느냐”며 “정치발전에 기여한 게 없는 정당에 왜 막대한 국민의 혈세로 국고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부터 국고보조금 받지 않겠다고 결의하면 국민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라며 “국고보조금은 당 대표의 술값, 꽃값, 밥값에 쓰이지 정책연구비에 안 쓰인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의장은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대해 “엉터리 공천과정”이었다며 “무능하고 무력하고 국민을 우습게 보는 당 지도부의 위선 때문에 참 괜찮은 사람들이 낙마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공천관리위원회나 당 최고위원회가 해산하고 끝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오늘 당장 선거를 하면 120석도 못찾을 것”이라며 “반성 없는 180석 보다는 반성하는 120석이 훨씬 낫다”고도 말했다. “수도권에서 천막당사 때(121석)보다 더 나쁜결과를 가져왔는데 이렇게 반성하지 않는정당, 이게 내가 몸담았던 정당인가”라며 “최소 3일간 금식ㆍ철야를 하며 흉금을 털어놔야 한다. 제스쳐를 하려면 3일동안 물만 마시고 금식비용을 어려운 사람에게 나눠주는 정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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